10일 총선서 과반 의석 정당 한 곳도 없어
최근 4년새 네 번째 총선 실시
연립정부 구성 이번에도 어려울 듯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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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두 번째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또 다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나오지 못했다. 2015년 12월 이래 4년간 네 번째 실시된 총선에서 잇달아 과반 득표에 성공한 정당이 나오지 않았다. 향후 연립정부 구성을 놓고 스페인의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페인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치뤄진 총선 결과(개표율 99.9% 기준)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당인 사회노동당이 350석의 하원 의석 중 120석을 얻어 제 1당을 차지했다. 다만 과반(176석)은 훨씬 밑돈다. 지난 4월 총선과 비교해 3석이 줄었다. 제1야당인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은 87석으로, 지난 4월 66석에서 21석이 늘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24석을 확보해 처음 원내로 진입한 극우 성향의 복스는 두 배 이상 늘어난 52석을 차지했다. 라틴어로 ‘목소리’(vox)라는 뜻의 복스는 민족주의와 가톨릭 보수주의를 앞세워 이민정책 반대, 반(反)무슬림, 낙태법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복스는 스페인의 프랑코 철권통치가 종식되고, 민주주의 체제가 회복된 1975년 이후 처음 하원에 진출한 극우 정당이다.

급진좌파 포데모스는 35석, 중도 시민당(시우다다노스)는 13석 확보에 그쳤다. 지난 4월 총선에서 57석으로 확보했던 시우다다노스는 이번 총선에서 지지율이 대폭 떨어지면서 제 3당 지위를 복스에 내줬다.

스페인은 연동형 완전 비례대표제로 의회를 구성한다. 지역구 의원은 별도로 뽑지 않는다. 주민들이 정당에 투표한 후 3%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정당들이 의석수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이렇다보니 극우·극좌 정당들도 3% 이상의 득표율만 확보하면 원내 진입이 가능하다.

스페인은 2015년 12월부터 이번 조기총선을 포함해 4년간 총선을 네 번 치를 정도로 불안정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2015년 12월 총선에서 중도우파인 국민당이 제 1당을 차지했지만 과반에 미치지 못해 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스페인 의회법은 내각이 의회 신임을 받기 위한 첫 번째 투표 시도 이후 두 달 이내 내각을 구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듬해 6월 치러진 총선에서도 국민당은 1당이 됐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10개월간 무정부 상태가 지속됐다. 같은 해 10월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다. 그러나 라호이 전 총리는 2018년 6월 기업인들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회 불신임을 받아 실각했다.

후임 총리직은 제 1야당인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 대표가 승계했다. 그러나 소수 의석을 보유한 집권여당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의회 해산을 선언하고 지난 4월 조기총선을 실시했다. 당시 집권여당인 사회노동당은 123석을 얻었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다.

집권여당이 안정적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7월23일 첫 번째 내각 신임투표를 추진했으나 의회로부터 불신임을 받았다. 이어 의회법에 명시된 두 달 후인 9월23일까지 의회의 내각신임을 얻는 데 실패하면서 10일 총선을 치뤘다.

이번 총선에서도 과반 확보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서 스페인 정치권의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민주당(120석)과 포데모스(35석) 등 좌파 정당을 합쳐도 155석에 불과해 과반(176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당과 복스를 제외한 모든 군소정당과 연립해야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스페인 언론 엘파이스는 “연립정부 구성도 쉽지 않을뿐 아니라 산체스 총리가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하더라도 단명 가능성이 높은 약한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엘파이스는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복스 돌풍 등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대법원은 지난달 14일 2017년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다가 투옥된 자치정부 전 지도부 9명에게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바르셀르나를 비롯한 카탈루냐 일원에선 이들의 석방과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됐다.

반면 카탈루냐를 제외한 스페인 다른 지역에서는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강경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복스가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집권여당인 사회민주당은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이유로 우파 성향 정치권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바르셀로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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