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기구 '대선서 조작 발견' 감사보고서 발표 직후 기자회견
즉시 사퇴 요구는 거부…재출마 여부에도 확답하지 않아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선 다시 치르겠다"…야권은 사퇴 요구

대통령 선거 불복 시위가 거세지고 있는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결국 대선을 다시 치르겠다고 밝혔다.

앞선 대선 과정에서 '명백한 조작'이 발견됐다는 미주기구(OAS)의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내린 결정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선거를 새로 치르겠다며 "이를 통해 볼리비아 국민이 민주적으로 새 정부를 뽑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엘데베르 등이 보도했다.

그는 또 선거를 앞두고 의회가 선거관리당국을 개편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선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4선 연임에 도전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대선에서 야권 후보인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에 10%포인트 앞서며 결선 없이 승리를 확정지었다.

그러나 미심쩍은 개표 정황 때문에 선거 직후부터 부정 선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투표 당일 처음 나온 중간개표 결과엔 1, 2위 격차가 크지 않아 결선투표가 유력한 상황이었는데, 선거관리당국이 돌연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한 후 24시간 만에 다시 내놓은 결과에선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던 것이다.

야권은 곧바로 반발했고, 국제사회도 우려를 나타내며 대선 결과 무효화나 결선 실시를 촉구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부정 의혹을 일축하며 기꺼이 OAS의 감사를 받겠다고 했다.

감사에 들어간 OAS는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선거 과정에서 여러 '변칙'과 '명백한 조작'이 발견됐다며,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하고 새 선거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선 다시 치르겠다"…야권은 사퇴 요구

OAS의 감사 결과와 더불어 격화하는 대선 불복 시위도 모랄레스 대통령을 압박했다.

지난달 대선 이후 3주째 이어진 시위로 볼리비아에서는 3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

초기엔 모랄레스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거리로 나와 양측 세 싸움 양상으로 진행됐으나 점차 야권 세력이 더 거세졌다.

급기야 전날 볼리비아 3개 도시의 경찰이 야권 시위대에 가세하고, 군마저 시위 진압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모랄레스 대통령도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

결국 19년 장기 집권에 성공하는 듯했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3주 만에 손을 들었다.

다만 그는 "헌법에 정해진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당장 사퇴하라는 요구는 거부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1월 22일까지다.

새로 치러지는 대선에 또다시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확답하지 않았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서 출마 여부는 2차적인 문제"라며 "볼리비아의 평화를 되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의 대선 재실시 발표 이후 메사 전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선거 과정을 관장해서도, 대선 후보가 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발 시위를 주도한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도 OAS 조사 결과로 명백한 선거 사기가 입증됐다며, 모랄레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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