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공원서 수천 명 모여 "진상 조사 독립위원회 구성" 요구
홍콩 경찰, 시위 희생자에 "샴페인 터뜨려 축하해야" 망언
시위대, 11일 총파업·동맹휴학·철시 등 '3파 투쟁' 전개하기로
홍콩서 '시위 첫 희생자' 추모 시위 사흘째 이어져(종합)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진 스물두살 젊은 대학생의 죽음 앞에서 많은 홍콩 시민이 비통에 빠진 가운데 그를 추모하는 시위가 사흘째 이어졌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홍콩 도심 애드머럴티 지역의 타마르 공원에서는 숨진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려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이 참석했다.

차우 씨는 지난 4일 오전 1시께 정관오 지역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피하려고 하다가 주차장 건물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이후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8일 오전 숨졌다.

지난 8일과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에도 몽콕, 사틴, 툰먼, 정관오, 코즈웨이베이, 췬완, 타이포, 카오룽퉁 등 홍콩 곳곳에서는 차우 씨를 추모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시위대는 친중 재벌로 알려진 맥심 그룹 계열의 일식 체인 '센료' 점포와 맥심이 운영권을 가진 '스타벅스' 점포, 중국계 기업 점포, 사틴 지하철역 등의 기물을 파손했다.

카오룽퉁 지역에서는 시위대 한 명이 경찰에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다쳐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췬완 지역에서는 경찰이 양로원 근처에서 최루탄을 발사해 비난을 받았고, 이 지역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나우TV 기자는 경찰이 쏜 최루탄에 다쳤다.

경찰은 곳곳에서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는 이에 맞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거나 길가에 폐품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홍콩서 '시위 첫 희생자' 추모 시위 사흘째 이어져(종합)

이날 저녁에는 홍콩 도심 센트럴의 차터가든 공원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차우 씨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홍콩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면서 차우 씨를 추모하는 조화를 공원 위에 놓았다.

일부 시민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집회에 참석한 요셉 하 보좌주교는 "차우 씨의 죽음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며 "우리는 차우 씨 사망의 진상을 알기 위해 정부가 독립된 조사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가 경찰의 진압 과정을 조사하기 힘들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독립 조사위원회의 구성을 촉구했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경찰 감시 기구인 IPCC를 통해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 프리 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IPCC의 조사위원회에 참여한 영국 등 5명의 외국 전문가들은 "위원회에 경찰이나 당국에 서류 제출을 강제할 권한도, 증인 소환 권한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의 진압 과정에 대한 의미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시위로 인해 마오산, 사틴 등 여러 지역의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홍콩의 학생들과 노동계, 시민들은 11일에는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罷)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홍콩 시위대는 이와 함께 지하철 운행과 주요 도로의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시위도 전개하기로 했다.

홍콩서 '시위 첫 희생자' 추모 시위 사흘째 이어져(종합)

홍콩 전역이 애도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홍콩 경찰은 부적절한 언행으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명보에 따르면 지난 8일 저녁 홍콩 툰먼 지역에서 시위 진압 경찰은 차우 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시민들을 향해 "바퀴벌레"라고 소리쳤으며, "오늘 샴페인을 터뜨려 축하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의 망언에 거센 비난 여론이 일어나자 경찰 당국은 관련 경찰에 대한 문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홍콩 경찰은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부적절한 언행을 해 문책을 받았다"며 "앞으로 경찰 개개인이 언행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람(21) 씨는 차우 씨의 사망에 대해 망언을 한 홍콩 경찰을 맹비난하면서 "홍콩 경찰은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우리는 계속 거리로 나와서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서 '시위 첫 희생자' 추모 시위 사흘째 이어져(종합)

경찰이 응급 구조요원의 시위대 치료를 또다시 방해한 것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8일 저녁 툰먼 지역 시위 현장에서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친 시위자를 치료하기 위해 응급 구조요원 3명이 출동했다.

하지만 경찰 20여 명은 이들을 둘러싸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끝내 이들이 다친 시위자를 치료하지 못하게 했다.

현장에 있던 응급 구조요원은 경찰이 자신을 "쓰레기"라고 불렀다고 증언했다.

이후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공동 성명을 내고 "현장의 혼란 속에서 오해와 갈등이 있었지만, 양측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경찰이 응급 구조요원의 활동을 방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경찰은 지하철 차량 내부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체포했는데, 당시 경찰의 구타로 실신한 시민을 응급구조원이 도우려고 하자 이를 저지하고 역내 진입까지 막았다.

당시 상태가 위중한 여성 부상자도 있었지만, 부상자들은 3시간 후에야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이달 2일에는 시위 현장의 불을 끄려고 진입하는 소방차에 최루탄을 쏴 소방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더구나 지난 4일 차우 씨가 주차장에서 추락해 긴급 이송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찰이 구급차의 현장 진입을 막았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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