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사원 건립 가능해져…모디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유사" 환영
인도 대법원 '사원분쟁' 판결에 힌두교도 환호…무슬림은 반발

지난 수십년간 인도 내 힌두교-이슬람교 간 갈등의 진원지로 꼽힌 '아요디아 사원 분쟁'이 힌두교의 승리로 막을 내리자 양종교계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인도 대법원은 지난 9일 양종교계가 서로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해온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의 사원 부지를 힌두교 측에 넘겨야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힌두교 측은 이곳에 숙원인 라마신 사원 건립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대신 무슬림에게는 5에이커(2만㎡) 규모의 대체 부지를 줘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짓게 했다.

인도 대법원 '사원분쟁' 판결에 힌두교도 환호…무슬림은 반발

앞서 1992년 급진 힌두교도들은 이 부지에 있던 이슬람 바브리사원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2천여명이 사망해 당시 충돌은 인도 종교 역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기록됐다.

인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은 16세기 초 무굴제국 초대 황제 바부르가 라마 탄생 성지를 허물고 그 자리에 이슬람 사원을 세웠으니 이제는 라마 사원으로 되돌려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무슬림에게 메카가 신성한 곳이듯 아요디아의 라마 탄생지도 힌두교도에게 중요하다는 논리다.

라마는 인도에서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대표하며 인도인이 가장 사랑하는 신 중의 하나다.

반면 무슬림은 그곳이 라마신 탄생지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발해왔다.

9일 대법원의 판결로 소원을 성취한 힌두교 측은 일제히 환호하고 나섰다.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힌두교도가 아요디아와 뉴델리 등의 거리로 몰려나와 기뻐하며 과자를 나눠주며 축하했다.

2014년 집권 후 힌두민족주의를 강화해온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대법원 판결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섰다.

모디 총리는 "이번 판결이 누구에게도 승리나 패배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적인 입장과 함께 판결이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의 정치 노선과 일치하는 판결이 나오자 결과가 주목할만하다며 추켜세운 것이다.

모디 총리는 이날 개통된 인도-파키스탄 간 '시크교 순례길'과 아요디아 판결을 묶어 30년 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과 비슷한 일이라며 환영하기도 했다.

인도 대법원 '사원분쟁' 판결에 힌두교도 환호…무슬림은 반발

이에 인도 내 무슬림은 이번 판결로 인해 모디 정부의 힌두민족주의 노선이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했다.

무슬림 지도자인 자파리아브 질라니는 "우리는 이번 판결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판결은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대체 부지 5에이커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판결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불만을 가진 무슬림이 폭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인도 당국은 아요디아에 5천여명의 군경을 배치해 치안을 대폭 강화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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