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 상원의원 겨냥 협박 메시지 사건에 "나도 받는다"
'인종차별 특별위원회' 설립 상원 표결 기권도 비판받아
伊극우정치인 살비니 '反유대주의'에 시큰둥했다가 역풍
이탈리아 정계의 '뉴스메이커'인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가 이번에는 자국 내에서 고조되는 '반유대주의'에 무심하게 대응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인 릴리아나 세그레(89) 종신 상원의원이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상에서 극우주의자들로부터 인종 혐오에 기반한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을 받는 일이 일어나 경각심이 고조됐다.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가 이듬해 독일 패망으로 극적으로 살아남은 세그레는 SNS에서 하루 평균 200여개의 협박·혐오성 메시지를 받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맹폭'을 당했다고 한다.

이에 지난주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 등을 다루는 특별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안을 상원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인종·종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극단주의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 표결에 동맹을 비롯해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 또 다른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 등 이른바 '우파 연합'이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며 일제히 기권해 유대인 단체 등의 반발을 불렀다.

특히 우파 연합의 '우두머리' 격인 살비니의 반유대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언행은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상황을 초래했다.

伊극우정치인 살비니 '反유대주의'에 시큰둥했다가 역풍
그는 7일(현지시간) 이번 사건 관련 질문에 "세그레든 살비니든 누구를 향한 위협은 심각한 것"이라며 "나도 매일 위협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는 세그레에 대한 위협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그는 이튿날 "2019년의 반유대주의는 정신병적인 것"이라면서 "나는 어떤 것도 축소하려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왜 세그레를 향한 위협만 더 관심을 받느냐'고 되물으며 "살해 위협에 세리에A(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가 있고 세리에B(2부리그)가 있다는 게 아주 이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세그레에 대한 극우주의자들이 위협을 과소평가하려 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겨냥한 모든 위협이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강조하려 했다는 의미다.

현지 일부 언론은 살비니가 8일 오후 늦게 극도의 보안 속에 세그레의 밀라노 자택을 직접 찾아가 세그레와 대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최근 들어 부쩍 강해진 '반유대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경찰이 세그레의 신변 보호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6일 이후 더 증폭됐다.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논설위원인 피에를루이지 바티스타는 "세그레가 반유대주의 훌리건들의 살해 위협으로 경찰 신변 보호를 받는 처지가 됐다는 뉴스에 역겨운 감정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바티칸 교황청의 '종교간대화평의회'를 이끄는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추기경도 "이번 일에 혐오감을 느낀다.

내 임무는 종교 간 대화를 촉진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 모든 사람이 함께 나서주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2년 전 세그레를 종신 상원의원으로 임명하며 정계로 인도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도 "연대와 공존 의식, 책임감을 갖고 불관용·증오의 세력과 싸워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