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참여연대 등과 함께 홍콩 민주주의 투쟁을 지지하는 촛불 문화제와 공개간담회를 연다. 공개간담회에는 홍콩 민주주의 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 홍콩 민간인권전선의 얀 호 라이 부의장도 참석할 예정이다.민변 국제연대위원회는 “그동안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연대 활동을 해온 한국의 시민사회와 재한 홍콩인들이 ‘홍콩 민간인권전선(民間人權陣線)’ 얀 호 라이(Yan Ho Lai) 부의장 방한을 계기로 홍콩의 시민들에게 연대 의사를 전하기 위해 촛불문화제와 공개간담회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얀 호 라이 부의장은 홍콩의 심각한 상황을 알리고 한국 정부와 정치권, 시민들의 지지와 협력을 구하기 위해 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한국을 방문한다. 11일 오후 7시 서울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에선 ‘얀 호 라이 부의장에게 듣는 홍콩의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공개간담회도 갖기로 했다. 또 오는 9일 오후 4시 서울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인근 광장에선 ‘우리의 연결로 홍콩에 민주주의를!’이라는 주제로 촛불문화제와 집회를 열기로 했다. 얀 호 라이는 과거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들은 한국 영화 ‘1987’ 등을 보며 한국 시민들이 독재에 어떻게 저항했는지 알고 교류하고 싶어한다”며 “과거 한국 시민들도 겪었던 고통을 마주한 홍콩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민변은 “홍콩의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홍콩의 미래를 걱정하며 계속해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며 “홍콩 민주주의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향한 ‘백색 테러(극우 세력의 공격)’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홍콩에선 지난 3월 31일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안 철회 시위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변은 “홍콩 경찰이 중학생에게 실탄을 발사하는 등 시위대가 무차별적으로 과도하게 진압하고 있어 폭력이 폭력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민변은 “현재까지 홍콩 시위로 인한 체포자수는 최소 3000명이 넘고,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15세 이하 청소년의 수는 100명을 훌쩍 넘었다”고 밝혔다.이번 행사는 민변과 참여연대외에도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공동행동’, 국제민주연대, 나눔문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5.18재단 등이 함께 준비하고 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시위 참여여부·추락원인 불분명…경찰, 구급차 진입방해說고인 모교 학생들, 경찰 비난시위·추모 촛불집회 열기도홍콩 시위 현장 부근의 주차장에서 추락해 머리를 심하게 다쳤던 대학생이 결국 사망했다.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8일 병원 당국 등을 인용, 홍콩과기대학 2학년 학생 차우츠록(周梓樂) 씨가 이날 오전 8시 9분(현지시간)께 숨졌다고 보도했다.차우 씨는 지난 4일 오전 1시 무렵 홍콩 정관오 지역 시위 현장 부근의 주차장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졌다.차우 씨는 이로 인해 머리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뇌출혈을 일으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병원 이송 후 두차례 수술에도 불구하고 7일 밤 병세가 악화했다.홍콩 매체들은 사고 직후 경찰이 사고 현장 부근에서 최루탄을 쏘며 해산 작전을 벌이고 있었고, 차우 씨가 최루탄을 피하려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당시 충돌은 일부 시위대가 인근 호텔에서 열린 경찰관의 결혼식을 방해하려는 과정에서 촉발됐는데, 차우 씨가 이 시위에 참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또 차우 씨가 사고 현장에 간 이유와 추락 원인 등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지난 6일 주차장 소유주 측이 공개한 감시카메라 영상에는 차우 씨가 떨어지는 장면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차우 씨는 4일 새벽 0시 20분께 혼자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이 목격된 바 있다.이러한 가운데 차우 씨가 위중한 상황에서 경찰이 구급차의 현장 진입을 막았다는 증언까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경찰은 현장 경찰관들이 응급 구조요원들이 응급치료를 하기 전까지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구조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또 최루탄은 사고 현장에서 12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사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한편 이날 점심시간 홍콩 도심에서는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우 씨를 추모하고 경찰을 비난하는 시위가 열렸다.마스크를 쓴 시위대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광분한 경찰' 등의 내용이 담긴 문구를 들고 차터가든에서 센트럴 지역까지 행진했다.홍콩과기대학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학생들에게 "힘든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자제력을 발휘해달라"면서 "충돌이나 비극을 피해 달라"고 당부했다.이날 홍콩과기대학의 졸업식 이틀째 행사에서, 일부 학생들은 검정색 마스크를 쓰고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등 시위대의 5가지 요구사항을 뜻하는 다섯 손가락을 펼쳐보이기도 했다.홍콩과기대학은 이날 졸업식 오후 행사를 취소했고, 다른 수업들도 모두 휴강했다.학생들은 이날 저녁 차우 씨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기로 했다./연합뉴스
홍콩 응원 학생모임 "다른 대학에도 설치할 것"…9일 홍대입구서 지지 집회연세대서는 "중국인들이 '홍콩 해방' 현수막 무단철거" 목격자 증언"한 인간으로서 연대합니다.자유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쟁취해 얻어낸 것임을 기억하며…."민주주의를 요구하며 150일 넘게 중국 정부를 상대로 집회를 벌이고 있는 홍콩 시민들에게 연대와 지지의 뜻을 표하는 움직임이 한국 대학가에 확산하고 있다.8일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하 학생모임)에 따르면 이 단체는 지난 6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건물 한 벽면에 홍콩 시민들에게 전하는 응원 문구를 적을 수 있도록 '레넌 벽'을 설치했다.'레넌 벽'은 1980년대 체코 공산정권 시기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프라하의 벽에 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의 노래 가사와 구호 등을 적어 저항의 상징으로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현재 홍콩 곳곳에는 이 같은 정신을 계승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메시지를 적어놓은 '레넌 벽'이 만들어졌다.국내 대학가에선 처음으로 내걸린 서울대 '레넌 벽'에는 "홍콩 시민분들에게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주세요"라고 적힌 흰 전지가 내걸렸고, 옆에는 노란색 포스트잇과 볼펜이 마련됐다.하루 만에 서른 개가 넘는 포스트잇이 달렸다.학생들은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길을 떠난 사람은 올바른 도착지에 도착할 수밖에 없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믿어봅시다" 등의 말로 홍콩 시민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시했다.'학생모임' 구성원이자 서울대 인문대학 학생회장인 이수빈 씨는 "우리는 자유를 얻고자 하는 홍콩 시민들과 연대하고, 이들을 억압하는 중국 정부를 비판하고자 한다"면서 "갈등보다는 연대가 힘이 세다는 믿음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도형 '학생모임' 대표는 "연세대에도 '레넌 벽'을 세우기로 결정해 현재 규모나 설치할 장소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다른 대학 캠퍼스에도 세울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인들과 재한 홍콩인 등으로 이뤄진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도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거리에 '레넌 벽'을 세운 바 있다.이상현 '시민모임' 활동가는 "홍콩 지지 집회를 앞두고 홍대 거리에 집회 홍보 포스터를 붙였는데, 본토 출신 중국인들이 다가와 항의하며 벽보를 훼손하는 일이 있었다"며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집회를 이어나가자는 생각에서 지난 2일 집회가 끝나고 즉흥적으로 해당 벽을 '레넌 벽'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지난달부터 주말마다 홍대 거리 등에서 홍콩 시위 연대 행동을 이어온 '시민모임'은 오는 9일 오후 4시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인근 광장에서 '119 우리의 연결로 홍콩에 민주주의를'이라는 주제로 집회를 열 예정이다.이 집회에는 '학생모임'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가폭력에저항하는아시아공동행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11개 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한다.한편 연세대에서는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이 최근 캠퍼스 곳곳에 내건 '홍콩 해방' 문구 현수막이 신원 불상의 인물들에 의해 두 차례 무단 철거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학교 측은 해당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았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현수막을 떼어 가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왔다.지난달 24일 오후 9시께 다른 일행 1명과 함께 '홍콩 해방' 현수막 무단 철거 현장을 목격했다는 연세대 학생 김모(25) 씨는 "서로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사람 다섯 명이 가위를 들고 현수막 끈을 잘라 철거하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그러면서 "다가가서 '왜 현수막을 가져가냐'고 항의하자 이들은 '원 차이나(One China·하나의 중국)'라고 외치거나, 서툰 한국어로 '남의 나라 일에 개입하지 말라'라고 대꾸했다"고 말했다.김씨가 당시 촬영한 현장 사진에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가위를 들고 현수막을 뜯어내 가져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이에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은 이날 오후 무단철거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진리와 자유를 교호로 내걸고 과거 민주주의 실현의 선봉에 선 연세대 교정에서 이같은 비민주적 행위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상당한 유감을 표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이들은 현수막을 철거한 학생들을 향해 "만약 우리 생각에 반대 의견을 내고 싶다면 교양 있게 비폭력적으로 제시하라"며 "공개 입장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현수막 무단철거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이어 "요청사항이 이뤄지지 않을 시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반드시 취할 방침"이라며 "현재 일부 학생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아직은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지 않았으나 같은 만행이 반복될 시 절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러면서 학생들을 향해서는 "중국 정부의 홍콩 인권탄압에 분노하고 있다면 우리와 함께 연대하고, 학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무단철거 행위를 함께 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