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형성 위기 불러올 것"…부유세 비판한 빌 게이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사진)가 6일(현시지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의 부유세(wealth tax) 공약을 공개 비판했다. 그동안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방안을 지지해온 게이츠가 워런 의원의 급진적 공약엔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이날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서 “자산에 너무 많은 세금을 부과하면 자산 형성 자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며 “혁신기업들이 사업하는 바람직한 장소인 미국 역시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는 100억달러의 세금을 냈고, 앞으로 그 두 배를 내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며 “(그러나) 앞으로 1000억달러를 내야 한다면 얼마나 남는지 산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상속세 인상안과 다른 진보적인 과세 방식엔 찬성하지만 자산의 최대 6%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워런 의원의 공약은 역효과를 낼 것이란 얘기다.

부유세 도입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워런 의원의 대표 공약이다. 자산 5000만달러(약 580억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 리치에게 일정 자산 초과분에 대해 연간 2~6%를 세금으로 매기는 게 골자다. 워런 의원은 부유세 부과로 마련한 재원으로 전 국민 대상의 의료보험 정책인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와 억만장자 투자자인 리언 쿠퍼맨 등도 워런 의원의 부유세 공약을 비판했다.

게이츠는 “아직 워런 의원과 이 사안을 놓고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다”며 “그가 세금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얘기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워런 의원이 고액 자산가와 대화하려 할지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워런 의원은 “게이츠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부자들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도록 세금을 기꺼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