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로 유명한 미국 사무기기 업체 제록스가 자신보다 몸집이 세 배나 큰 PC·프린터 업체 휴렛팩커드(HP)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제록스가 HP를 부채 포함 300억달러(약 34조8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날 HP 주가에 20%가량의 프리미엄을 붙인 수준이다.

제록스가 HP 인수에 성공할지는 불확실하다. 제록스의 기업 가치는 80억달러 정도인 반면 HP는 세 배 이상인 273억달러에 달한다. 앞서 제록스는 지난 5일 일본 후지필름과 57년간 유지해온 합작 관계를 청산하면서 후지제록스 지분 25%를 23억달러에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또 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HP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씨티은행이 제록스의 HP 인수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록스의 HP 인수가 성사되면 존 비센틴 제록스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복사기와 프린터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제록스는 100억달러 정도인 연 매출 대부분을 기기 대여 및 유지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제록스는 HP 인수 뒤 중복된 사업을 줄여 연간 2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