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벤처 투자로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시장을 주도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올 2분기(7~9월) 7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1981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적자다. 손실은 대부분 우버, 위워크 등에 대한 투자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소프트뱅크는 올 상반기(4~9월) 기준으로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의 상반기 보유 주식 가치는 5379억엔(약 5조7202억원) 줄었다.
소프트뱅크, 2분기 7.4조원 손실…창사 38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
소프트뱅크그룹은 6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 회계연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9% 줄어든 5321억엔(약 5조65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4조6517억엔(약 49조4477억원)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상반기 1조4207억엔(약 15조1018억원) 흑자에서 올 상반기 155억엔(약 164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올 2분기 실적은 더욱 충격적이다. 영업이익이 7043억엔(약 7조4793억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 7058억엔(약 7조4952억원) 흑자에서 급전직하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중간 결산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4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이날 결산 설명회에서 “너덜너덜한 실적을 내 참담하다”며 “창업 이후 이처럼 큰 적자를 낸 것은 처음이며 조만간 태풍, 폭우가 몰아닥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의 급격한 추락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로 ‘효자 사업’으로 불린 비전펀드 사업에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탓이 컸다. 비전펀드에서 5726억엔(약 6조886억원) 적자를 봤다. 투자 기업 보유 주식 평가손실이 5379억엔(약 5조7178억원)에 달했다. 우버, 위워크 등 거액을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급락한 영향이 컸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위워크에 91억5000만달러(약 10조6002억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 기업 가치가 급락하면서 위워크의 기업공개(IPO)가 연기됐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거액의 투자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위워크 기업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만 4977억엔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우버와 슬랙, 디디추싱 등 주요 투자사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투자 성공작인 중국 알리바바에서 2771억엔(약 2조9455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위워크 등의 손실분을 상쇄하지 못했다.

소프트뱅크가 초유의 거액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직감에 따라 위험 부담이 큰 투자를 과감하게 시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손 회장의 투자 전략도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손 회장은 그동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초기에 선점해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알리바바, 야후재팬 등에 투자해 ‘대박’을 쳤고 2017년 100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 비전펀드 1호를 출범시키며 글로벌 벤처시장의 자금 공급을 이끌었다.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비전펀드 1, 2호는 세계 벤처캐피털 운영 자산(8030억달러 추정) 중 27%를 차지하고 있지만 거액의 투자에 비해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손 회장은 “내 투자 판단이 여러모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매우 반성한다”고 언급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