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수요↑ 가격 3배↑, 반도체·광섬유 주력 중국 수요 급증

공산품 제조와 연구개발 등에 널리 이용되는 헬륨(He)의 국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치솟고 있다.

불활성 기체인 헬륨은 불에 타지 않아 냉각 등에 이용된다.

반도체 등의 공산품 제조와 연구개발, 의료용 기기 등에 널리 쓰인다.

5일 NHK에 따르면 일본은 헬륨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세계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이 작년부터 수출을 줄여 수입가격이 10년전의 3배로 올랐다.

수입업체가 의료기관과 공업제품 메이커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바람에 연구개발용 헬륨이 크게 모자라 학계에서는 일부 연구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

'헬륨부족 심각' 日의료·제조업 우선공급에 학계 '비명'
이에 따라 일본물리학회 등 관련 학회는 이대로 가면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생산현장과 의료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헬륨 안정공급에 정부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긴급성명을 내기로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헬륨 재활용설비와 환경을 조속히 갖추고 일본 국내에 헬륨비축거점을 설치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가쓰모토 신고(勝本信吾) 일본 물리학회 부회장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위기 상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당장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재활용 등을 진지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헬륨은 반도체와 광섬유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되며 자기공명촬영(MRI) 등 의료용 기기에도 꼭 필요하다.

헬륨 부족이 심각해지면 의료현장에서 일부 검사를 할 수 없게 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최대의 헬륨가스 수입, 판매업체인 이와타니(岩谷)산업 관계자는 생산시설의 문제로 '헬륨 위기'라고 불린 사례가 과거 1, 2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이런 상황이 최소한 몇년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헬륨 위기'의 배경은 세계적으로 생산은 감소한 데 비해 수요는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헬륨생산의 약 60%를 점하는 미국에서 정부가 관리하던 텍사스주 소재 세계 최대의 헬륨저장시설이 내후년 9월말까지 민영화되는데 따른 영향이 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민영화에 앞서 현재 저장돼 있는 헬륨을 민간에 불하키로 하고 작년에 실시한 입찰에서 미국 가스판매회사 1곳이 전량 매점하는 바람에 그동안 이 저장시설에서 수입하던 일본의 헬륨수입이 어려워졌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헬륨은 보통 천연가스와 함께 산출되지만 셰일가스에는 헬륨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셰일가스 개발이 진전될수록 미국의 헬륨 생산은 줄어드는 구조다.

미국에 이어 2위 생산국인 중동 카타르의 정세악화도 헬륨부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재작년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의 국교를 단절했다.

이에 따라 인접 사우디를 경유해 UAE 항구에서 해외로 수출되던 카타르산 헬륨이 대체 수출루트를 찾아야 하게 돼 수송에 한층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됐다.

여기에 세계적인 헬륨수요 확대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와 광섬유 생산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의 헬륨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런 사정들이 겹쳐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헬륨가격이 치솟고 있다.

헬륨 부족이 심각해지자 각국은 헬륨 신규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의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동시베리아에서 산출되는 헬륨을 극동공장에서 정제해 수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내후년 가동이 목표다.

중동의 카타르와 북아프리카 알제리도 내년 이후 새로운 헬륨공장 가동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현재 세계 헬륨생산은 미국이 60%, 카타르가 3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헬륨시장 동향을 조사하는 미국 컨설팅회사 '콘부르스 헬륨 컨설팅'에 따르면 2025년 세계 헬륨생산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셰일가스 개발 진전으로 카타르와 비슷한 30% 수준으로 줄어드는 반면 러시아의 비중이 25% 정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