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미국 압박에도 첨단산업 '굴기' 속도 내는 中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입니다. 중국 정부는 2015년에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패권을 잡겠다는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내놨는데요. 향후 30년간 10년 단위로 중국 제조업의 고도화를 이룬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1단계(2015~2025년)에선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과 같은 글로벌 제조 강국 대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이어 2단계(2026~2035년)에서 글로벌 제조 강국 가운데서도 중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3단계(2036~2045년)에는 최선두로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정보기술(IT)과 항공우주, 선박·철도·전기자동차, 로봇 등 10대 전략산업도 선정했지요.

중국은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 주도로 중국 기업에 각종 보조금과 혜택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가 불공정 경쟁에 해당한다며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제조 2025는 미국에 매우 모욕적”이라며 “중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차지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 정부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근 들어 대외적으로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데요. 관영 언론들에도 중국제조 2025에 대한 보도를 하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결코 첨단산업 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4일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중국 국유 투자회사인 국가국가개발투자회사(SDIC)는 첨단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71억달러(500억위안·약 8조2700억원) 규모의 펀드(기금)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DIC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제조업의 역량을 중간 수준에서 최고급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500억위안 규모의 펀드를 만들 예정인데요. 이는 중국 정부 주도로 조성하는 두 번째 대규모 펀드입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지원하기 위해 2016년 200억위안 규모의 선진 제조업 투자펀드를 처음으로 조성했는데요. 당시 펀드 조성에는 SDIC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중국공상은행 등이 참여했습니다. 펀드 조성의 목적은 반도체 산업과 같은 첨단제조업 분야의 기술을 서구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펀드는 산업용 로봇과 신에너지 차량, 철도 운송장비 등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두 번째로 조성하는 펀드는 첫 번째 펀드보다 규모가 두 배 이상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박에도 절대로 첨단산업 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향후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