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맹주인 독일이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유탄을 맞아 경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에도…통일비용 트라우마에 재정지출 꺼리는 독일
독일 정부는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를 오는 14일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분기에는 GDP가 0.1% 감소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3분기에도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은 6년 만이다. 시장에선 GDP 감소폭이 2분기보다 큰 0.2%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한다.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전체 GDP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달한다. 특히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자동차산업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폭스바겐, BMW, 벤츠 등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중국 경기 둔화에 시달리고 있다.

EU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독일의 경기 침체는 EU 경제 위기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U와 유럽중앙은행(ECB)은 독일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공공지출을 대폭 늘리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달 말 “지금도 재정지출 규모는 충분하다”며 “추가로 부채를 늘려야 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엄격한 균형재정 정책은 동·서독 통일 이후 막대한 통일비용으로 부채가 급증하면서 1990년대 중반 재정위기에 빠진 것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은 2011년 헌법에 ‘부채 제동(debt brake)’ 조항을 추가했다. 16개 주정부의 재정적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0.3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영국의 EU 탈퇴 이후 독일의 EU 예산 분담금이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재정지출 확대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독일의 EU 분담금은 내년 150억유로(약 19조5100억원)에서 2027년 330억유로(약 42조9300억원)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를린=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