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내달 조기총선을 앞두고 셰일가스 추출을 당분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지하에 매장된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수압파쇄(fracking·프래킹) 공법이 지진을 유발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안드레아 리드섬 경제에너지 장관은 “최근 랭커셔주에서 감지된 지진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수압파쇄공법에 따른 영향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압파쇄공법의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셰일가스 추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수압파쇄공법은 천연가스나 석유를 추출하기 위해 시추관에 강한 압력으로 액체를 주입해 가스나 원유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지하에 매장된 셰일가스를 추출할 때 고압으로 암반을 깬다.

에너지 회사 카드릴라는 지난해 11월 랭커셔주에서 수압파쇄공법으로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8월 규모 2.9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 지역의 셰일가스 추출 작업은 중단됐다.

환경단체와 지역사회는 엄청난 양의 물을 투입해 고압으로 암반을 깨는 수압파쇄공법이 지반을 약화시켜 지진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를 맡았던 영국 석유가스당국(OGA)은 ‘추가적인 지진 활동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셰일가스 혁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수압파쇄공법은 논란거리다. 수압파쇄공법을 통해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지역에서 지진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셰일과 지진의 영어 단어를 합쳐 ‘셰일퀘이크’로도 불린다.

당초 영국 보수당 정부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2016년부터 셰일가스 추출을 본격적으로 허가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도 셰일가스 추출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그는 런던시장으로 재직 당시 “런던에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다면 모든 암석을 파헤치고 부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존슨 총리가 내달 12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셰일가스 추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추출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정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수압파쇄 공법에 반대하는 의견은 2013년 21%에서 40%로 크게 늘었다.

다만 영국 정부는 이번 중단 조치가 셰일가스의 영구적인 추출금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리드섬 장관은 “셰일가스는 영국에 엄청난 기회”라며 “수압파쇄공법이 안전하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추출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실시되는 조기총선 결과에 따라 영국 내 셰일가스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제 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셰일가스 추출을 영구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