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3.2%로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경제가 입는 타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통계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가 전 분기 대비 -3.2%로 집계됐다고 31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0.6%)를 크게 밑돈 것으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2분기 GDP 감소율(-0.4%)의 여덟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작년 동기 대비로도 3분기 GDP 증가율은 -2.9%를 나타냈다.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홍콩 경제는 기술적 경기 침체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홍콩 경기의 침체 가능성은 예고돼 왔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홍콩 경제는 올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송환법 반대 시위 장기화로 수출과 수입이 크게 줄었다.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했고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었다.

지난 8∼9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 줄었다.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는 감소 폭이 더 커져 50%에 육박했다. 홍콩의 8월 소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3% 줄어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경제가 올해 0~1% 성장률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전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경기 둔화세가 가팔라지자 홍콩 정부는 최근 택시 등 상업용 차량에 대한 연료 보조금 지원, 여행업계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을 포함한 20억홍콩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홍콩 금융관리국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이날 기준금리를 연 2.00%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하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