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 튄 美·中 무역합의

칠레 산티아고서 서명 추진 무산
中정부 "마카오서 만나자" 제안
백악관 "16~17일 합의 마무리"
칠레가 11월 16~17일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격 취소하면서 이번 정상회의 기간 최대 하이라이트로 꼽힌 미·중 정상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꼬이게 됐다. 중국은 대안으로 마카오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 APEC회의 무산…트럼프-시진핑, 제3국서 무역협상 서명할 듯

미 폭스뉴스와 로이터통신은 APEC 정상회의가 취소된 30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미국 측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마카오에서 만나 1단계 합의에 서명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미·중 정상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별도로 만나 합의안에 서명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1단계 합의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400억~500억달러어치를 구매하고 미국은 지난 10월 15일로 예정됐던 25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의 관세 인상(25%→30%)을 보류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은 1단계 합의안에 서명한 뒤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정부 보조금 지급 등 구조개혁 문제를 2단계로 협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칠레가 반정부 시위 격화로 APEC 정상회의를 취소하면서 1단계 합의안 서명 일정이 일그러졌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똑같은 기간에 중국과의 역사적인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마무리짓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PEC 정상회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11월 16~17일에 미·중 정상회담을 하고 무역합의안에 서명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회담 장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령인 마카오가 아니라 제3의 장소를 물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입장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미·중 정상회담 개최지로 미국 내 일부 장소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하면서 알래스카와 하와이가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잠재적 대안이라고 전했다.

중국 측도 미국령에서 서명식을 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메이신위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중 정상은 다른 중립적인 3국에서 만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장소보다 양국이 합의에 이를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미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중국담당 마이클 허슨은 막판 일정 변경으로 무역합의 서명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도 연말까지 타결될 가능성을 70%로 전망했다. 미·중 정상 모두 정치·경제적 위험이 고조되는 걸 줄여야 할 동기가 있어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가 악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가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시 주석도 3분기 성장률이 27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중국 경제가 더 고꾸라지는 게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미·중 정상회담뿐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 정상회담을 비롯해 다수의 정상외교도 차질을 빚게 됐다. APEC 정상회의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등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21개국 정상이 참석하며 행사 기간에 다수의 양자 정상회담이 이뤄진다.

칠레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취소하면서 같은 이유로 12월 2~13일 자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5)도 함께 취소했다. COP25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칠레가 포기한 APEC 정상회의 개최지를 다시 물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APEC 사무국은 이날 “말레이시아가 2020년 APEC을 주최한다”고만 밝힌 채 대안은 거론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2주밖에 남지 않은 기간에 21개국 정상이 참가하는 행사를 다시 준비하긴 어렵다”고 했다.

COP25는 유엔이 새로운 개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카롤리나 슈미트 칠레 환경장관은 미국 뉴욕, 스위스 제네바를 포함해 여러 선택지를 검토 중이며 3개국이 COP25 개최에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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