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인 교향악단원 입국 불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한국인 교향악단원 입국 불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을 넘어 해외 거주 한국인까지 범위를 넓히더니 결국 미국 문화계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대학교 자말 로시 이스트먼 음대 학장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모든 단원들이 다 함께 갈 수 있을 때까지 중국 공연 계획은 연기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중국이 한국인 단원 3명에 대해 입국을 불허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

이스트먼 음대의 오케스트라 이스트먼 필하모니아(eastman philhamonia) 단원 80명은 12일 간 중국 8개 도시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 중 한국인 단원 3명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당초 이스트먼 교향악단 측은 한국인 단원을 빼고 공연을 진행하려고 했다. 당시 로시 학장은 "한국인 단원 3명을 제외하고 이스트먼 필하모니아가 중국 투어를 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한국인 단원 3명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지난 2016년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보낸 결정과 관련이 있다"며 "중국은 한국인 예술가들이 중국에서 공연하는 것을 막아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교향악단의 결정으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기업 등이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압박에 저자세를 표한다고 지적하는 비판 여론이 형성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로 최근 애플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홍콩 시위대에 경찰의 위치를 알려주는 앱을 삭제하는가 하면, 미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레이 단장은 트위터에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가 스폰서 계약을 중단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에 중국 국영 TV는 NBA 경기 중계를 취소하기도 했다.

결국 로시 단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인 단원들의 중국 입국 비자를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무산돼 공연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단원 모두가 다함께 공연을 하는 것이 이스트먼 필하모니아의 최선의 길이며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방중 공연 일정이 제외되었음을 알렸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이 사드 배치를 확정하자 이를 미국의 중국 견제수단으로 보고 한국에 대한 경제적, 문화적 보복을 가해 왔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보복 공세에 이어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 한류 규제 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포상관광단이 상승 곡선을 보이고, 가수 비가 국가급 행사에도 초청돼 일각에서는 보복 조치가 완화 조짐을 보인다고도 했으나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금 중국의 사드 보복이 현재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