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포함한 일본 간토 지역에서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25일.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메가웹에선 도쿄도가 주최한 자율주행차 시승회가 열렸습니다. 일본 내 주요 언론을 대상으로 시행된 이날 시승회에는 일본에서 운전석과 핸들, 가속패달 없는 차량으로는 처음으로 번호판 취득한 11인승 자율주행 버스가 등장했습니다.
프랑스 벤처기업 나비야(Navya)가 만든 자율주행차량은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만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차량 운전자 없이 미리 설정한 경로를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정해진 시각에 주차장에 도착해, 사람들이 탑승하면 자동으로 출발합니다. 위성항법장치(GPS)로 위치를 파악하고, 차량에 장착된 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하고 노면 상황을 파악한다는 설명입니다.
이날은 메가웹 600m 구간을 직선 코스는 시속 10㎞, 커브 구간은 시속 5~6㎞ 정도의 속도로 달렸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노면이 미끄러웠던 탓에 두 번 가량 ‘급제동’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차량은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으로 움직이지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게임기 같이 장치를 이용해 차량을 조종할 수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량에 동승했던 관계자는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셔틀버스 개념으로 선수단 내지 관객들을 옮기는데 이 자율주행 버스가 사용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기술이 완벽해 보이지도 않고, 한계도 분명해 보였습니다만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차 실험을 꾸준히 진행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에선 최근 몇 년 동안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경험을 계속해서 축적해 나가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차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마현 마에바시시나 사이타마현 사이타마공대 등에선 노선이 복잡하지 않은 지방 도로를 대상으로 일반인 대상 자율주행버스 실증실험도 수차례 진행했습니다. 도쿄도에서도 이날 등장했던 자율주행 버스를 이용해 올 7월에 도쿄 미나토구 일반 도로에서도 자율주행차 사용화 실험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은 최근 개막한 ‘도쿄 모터쇼 2019’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모터쇼에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는 무인 주차기술을 소개했습니다. 에를 들어 호텔 입구에서 차에 내리면 자동차가 스스로 빈 주차공간을 찾아 이동해 정차하는 기술입니다.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실용화가 손쉬운 자동주차 기능을 두고 기선제압 전쟁에 나선 것입니다.
도요타자동차는 2020년 7~9월경에 렉서스 차량을 개조한 ‘레벨4’급 자율주행차로 도쿄 오다이바 일반 도로에서 일반인이 탑승하는 시승 실험을 실시키로 했습니다. 교통량이 많은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의 주행 실험을 실시해 실제 기술 도달 수준을 체크하고,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차세대 기술은 자동차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고는 할 수 없지만 꾸준하게 관련 실험을 진행하며 경험을 축적해 가고 있습니다. 명확한 계획 하에, 꾸준하게 실험을 진행하며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가는 일본의 강점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 자동차 업계도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장기적 전망 하에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꾸준한 경험 쌓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소형차 적용 늘어…올해 판매 더 뉴 아반떼 75% 탑재충돌 경고, 차로 이탈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자율주행 관련 기능을 갖춘 차가 늘고 있다.대형 고급차량의 선택사양으로 분류되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이제는 중형차급부터는 기본 적용이 많아졌고 소형차급으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27일 현대차에 따르면 엔트리카급인 아반떼와 아이오닉 최근 모델은 기본형에서도 지능형 안전기술이 포함된 '현대 스마트센스 패키지'가 제공된다.기본은 아니지만 선택이 가능해진 것이다.패키지에는 후측방 충돌 경고, 후방 교차충돌 경고, 차로 이탈 경고 등 안전기술과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기초가 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방지 보조, 전방 충돌방지 보조 등의 능동형 기술이 포함됐다.아반떼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아반떼는 지난해 5만 5천652대가 판매됐는데 이 중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가 1만6천787대(30.2%)에만 적용됐지만 올해 들어서 8월까지 보면 이 비율이 74.8%(4만2천505대 중 3만1천801대)로 뛰었다.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지난해는 3천820대 중 29%(1천109대)에 패키지가 들어갔는데 올해는 8월까지 2천561대 중 46.6%(1천193대)로 비율이 상승했다.i30는 지난해 47.8%(3천225대 중 1천563대)에서 올해들어 61.2%(1천86대 중 665대)로, 코나 일렉트릭은 같은 기간 63.4%(1만1천193대 중 7천97대)에서 69.1%(1만233대 중 7천67대)로 상승했다.신형 쏘나타 등 새로 나오는 중형차급 이상 차에는 지능형 안전기술이 기본이 되는 추세다.올해 출시된 신형 쏘나타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은 물론 차로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 전방 차량 출발 알림 등이 기본 기능으로 들어갔다.지난 모델에선 중급 이상 트림(등급)부터 선택할 수 있었다.또 신형 쏘나타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을 선택할 수 있다.올해 들어 8월까지 판매된 쏘나타(하이브리드 포함) 3만8천215대 중 39.9%(1만5천258대)에 이 기능이 포함됐다.지난해 출시된 신형 싼타페에도 지능형 안전기술 중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등이 기본으로 탑재됐다.기존엔 상급모델에서 선택할 수 있던 사양이다.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정지·출발 기능 포함), 전방 차량 출발 알림, 고속도로 주행 보조는 추가할 수 있다.현대차는 이런 추세에 맞춰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을 공개했고, 미래 모빌리티 기술 및 전략 투자에 2025년까지 총 4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운전자의 주행성향에 맞는 부분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기술인 SCC-ML(머신러닝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서 제네시스 GV80, 신형 G80 등에 적용한다.현대차는 2021년부터는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3 차량을 내놓고 2024년에는 시내 도로주행이 가능한 레벨4 차량을 단계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연합뉴스
내달 4일 어바인서…자율주행 업체 포니.ai·승차공유 업체 비아와 제휴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업체와 손잡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어바인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승차공유 서비스를 시작한다.현대차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ai', 승차공유 서비스 업체 '비아'와 손잡고 다음 달 4일 어바인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무료 승차공유 서비스 '봇라이드'(BotRide)를 시작한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현대차가 일반인을 상대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포니.ai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현대차의 전기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코나'가 승객들을 태우고 이동(mobility) 서비스를 제공한다.승객들은 비아가 개발한 앱(응용프로그램) 봇라이드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이동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앱이 안내하는 가까운 승차 장소로 이동하면 차를 타고 목적지로 갈 수 있다.일단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몇몇 상업·주거·업무 중심지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비아는 진보된 알고리즘을 이용해 여러 명의 승객이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배차할 수 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먼 거리를 돌아가거나, 고정된 노선·시간표에 맞춰야 하는 불편은 없다고 한다.포니.ai의 자율주행 기술은 도로의 다양하고 복잡한 시나리오에 대응하며 차를 운행할 수 있다고 현대차는 밝혔다.도시의 보행자나 다른 운전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도로와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해 차량의 진로와 움직임을 계획한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이번 서비스는 시범 사업이어서 무료로 운영된다.캘리포니아주가 상업적 자율주행 승차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현대차 관계자는 "시범 사업을 통해 대학생을 포함한 어바인 주민 수백 명에게 봇라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자율주행 승차공유 환경에서 고객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게 (시범 서비스) 목적"이라고 말했다.현대차는 시범 서비스를 통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율주행 생태계를 연구할 계획이다./연합뉴스
일본은 현금 사용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최근 들어 각종 비현금 결제가 많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30년쯤 전에나 볼 수 있었을 것 같은 현금결제가 보편적인 결제 문화입니다. 아직도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조차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거나, 사용이 매우 불편한 식당이나 상점도 적지 않습니다. 1엔(약 10원)짜리 동전을 널리 사용하는 것, 동전지갑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한국인의 눈길을 끄는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이기도 합니다.이처럼 변화가 늦었던 일본의 결제문화도 최근 들어 변화의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엔짜리 동전 발행량이 크게 줄고 있는 것입니다. 이달 부터 시행된 소비세율 인상도 이 같은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1엔 화폐 발행 규모는 100만개 이하가 될 전망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일본 관계당국은 연간 1엔 화폐 발행 목표치를 100만개로 잡았지만 실제 생산량은 50만개 정도에 그쳤다고 합니다. 올해도 실질적으로는 50만개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일본의 1엔 화폐 발행규모는 49만개였습니다.이 같은 1엔 화폐 발행규모는 과거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줄어든 것입니다. 1990년 일본의 1엔 화폐 발행 규모는 28억2000만개에 달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연간 6억개에 달했고, 2014년만해도 연간 1엔짜리 화폐 발행규모가 1억6000만개를 넘었습니다.1엔 화폐 유통량도 감소 추세가 두드러집니다. 2014년 410억개로 정점을 찍었던 1엔 화폐 유통량은 현재 375억개까지 줄어든 상황입니다.이처럼 1엔 화폐 사용이 크게 줄어드는 이유로는 각종 비현금결제 확산이 우선 꼽힙니다. 여기에 올 10월부터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인상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가 소비위축 방지 대책으로 각종 포인트 환원 제도를 마련했는데 포인트 환원제가 비현금결제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편의점 업체인 로손의 경우, 10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비현금 결제 비율이 80%가량 늘었습니다.그동안 일본은 ‘현금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금 사용에 강한 집착을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이후 각종 비현금결제 도입이 뒤쳐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본 사회 일각에선 현금결제의 장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는 있지만 시대 변화에 뒤쳐졌다는 현실을 감추는 데는 부족한 모습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랬던 일본에서도 1엔 사용이 퇴출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변화의 모습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시대 변화의 흐름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