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리아 정책에 또 한 번 변화가 생겼다.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고집하던 미국이 시리아 동부 지역의 유전지대 보호를 위한 병력 강화에 착수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이하 현지시간) 미 국방 당국자들의 말을 빌려 "이라크 북부를 떠난 미군 병력이 이날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 지역에 도착하기 시작했다"며 "유전지대가 이슬람국가(IS)나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다른 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현지에서 촬영된 사진을 토대로 차량 행렬의 상당수가 지뢰를 견딜 수 있는 장갑차이며 민간용 트럭이 일부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 차량엔 성조기가 내걸렸다. 탱크나 브래들리 전투장갑차 역시 수일 내 배치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도 전날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에 미군 병력 및 장갑차 등을 더 남겨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미국의 대(對) 시리아 전략에 관한 질문에 "미군의 임무는 언제나 IS의 재기를 막는 것"이라며 "그 임무는 바뀌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미군 1000여 명 전원 철수를 명령했다. IS 격퇴에 협력한 시리아 내 쿠르드를 터키의 군사작전에 내몰고 시리아 철군을 감행해 비난은 더욱 커졌다.

철군을 고집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철군으로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 관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WP에 "미 국방부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유전지대에 관심을 두고 있어 전면 철수 고집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군 철수를 단행했던 미국이 병력을 잔류시키기로 하자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민지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