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르헨티나 대선
좌파 후보 당선 유력해지자
브라질, 관세인하 동참 촉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시장개방을 거부하면 남미 경제블록인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를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27일 치러지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자 사전 압박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폴랴지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아르헨티나가 관세 인하 방침에 동의하지 않으면 메르코수르를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아르헨 좌파에 경고장…"시장 개방 거부땐 메르코수르 탈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으로 구성된 메르코수르는 앞으로 4년간 관세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브라질은 앞서 우루과이 및 파라과이와 1만여 개 품목 가운데 최소 80%에 대해 관세를 내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는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메르코수르는 남미 국가들의 자유무역과 관세 동맹을 목표로 결성된 경제공동체다. 1980년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제 협력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이후 준비 작업을 거쳐 1991년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를 포함한 4개국이 ‘아순시온 협약’을 맺어 골격을 마련한 뒤 1995년 1월 1일 출범했다. 메르코수르는 남미 인구의 70%, 국내총생산(GDP)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 공동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회원국 간 이견으로 메르코수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메르코수르와 유럽연합(EU)이 지난 6월 타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정을 지지하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달리 좌파 후보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그동안 협정 체결에 반대 뜻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파울루 게지스 브라질 경제부 장관은 지난 8월 “아르헨티나 차기 정부가 메르코수르-EU 간 FTA 체결을 방해하면 브라질은 메르코수르를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아르헨티나 대선 구도는 좌파 페르난데스 후보의 승리가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8월 예비선거에서 페르난데스 후보는 47.78%를 득표하며 31.79%를 얻은 마크리 대통령을 16%포인트가량 앞섰다. 예상보다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당시 아르헨티나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마크리 대통령은 임금 인상과 감세 등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친(親)시장을 내세운 마크리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와 달리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하는 등 경제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과 맞물린 긴축 정책 등으로 살림이 빠듯해진 민심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페르난데스 후보는 지지율이 50%를 넘어섰다. 마크리 대통령과의 격차는 20%포인트 안팎으로 더 벌어졌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얻고 2위에 10%포인트 이상 앞서면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 달 뒤 1, 2위 후보 간 결선 투표를 치른다. 현재까지는 페르난데스 후보가 결선 없이 단번에 승리를 확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페르난데스 후보는 “메르코수르-EU 간 FTA 체결 합의가 지나치게 서둘러 발표됐고, 아르헨티나 산업에 미칠 영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며 “합의가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정부 관계자들은 “아르헨티나 차기 정부가 좌파 후보에게 넘어가면 보호주의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