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릴 비어 회계사 겸 프리랜서 작가

지난달 토론회가 발단
‘가장 큰 좌절 뭐였나' 질문에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1971년 교사직 해고” 언급

2007년 인터뷰선 ‘다른 말’
“정식 교사 자격증 없었다
육아 위해 집에서 지내” 답변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 중 최근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지난 8월 프랭크 라므레 아메리카 원주민 대통령포럼에서 사과했다. 자신이 인디안의 유산에 관해 잘못된 주장을 한 것이 인디안들에게 해를 끼쳤다고 했다.

워런 의원은 이제 또 다른 명백한 ‘윤색’에 대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토론회에서 “그동안 가장 큰 직접적 좌절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1971년 교사직 상실을 언급했다. 워런 의원은 1971년 말 임신한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임신은 곧 직장을 잃는 것을 의미했다고 했다. 그 학교의 교장은 자신을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고용했다고 전했다.

워런 의원은 2014년 자신의 회고록을 출간한 이후 줄곧 “교장 선생님이 임신 때문에 자신에게 직장을 나갈 문을 열어줬다(사실상 해고했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워런 의원은 2007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한 ‘역사와의 대화’ 인터뷰에서는 이 이야기를 다르게 들려줬다. 여성들이 차별받던 시대에 자신이 어떻게 경력을 쌓아왔는지를 폭넓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당시 정식 교사 자격증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대학원으로 돌아가 교육과정을 두어 개 수강했지만 이런 노력이 소용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자신이 첫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이 때문에 몇 년 동안 육아를 하면서 집에 있게 됐다고 했다. 이런 시간이 흐른 뒤 어떻게 할까 고민이 생겼고, 다시 (사회생활을 하는) 도전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남편은 자신이 집에 가만히 있길 바랐다. 아이를 키워야 하고, 더 많은 아이를 가질 테니까. 워런 의원의 남편은 “당신은 육아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CBS 뉴스는 워런 의원에게 왜 버클리대에서는 회고록 등에서와 다른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워런의 선거캠프에서는 성명을 통해 “공인이 된 뒤 나는 내 인생에 대해 기존과 다른 여러 사실을 발견하게 됐고, 이것은 그중 하나다. 나는 상원의원이 됐을 때 이 변화에 대해 직접 책에 기술했다”고 해명했다.

워싱턴 프리비콘은 워런 의원의 2007년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1971년 4월 회의록을 보면 당시 그 지역의 교육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워런 의원에게 첫해와 비슷한 ‘2년차’ 계약을 제안했다. 또 1971년 6월 워런 의원이 제안을 거절하고 사임한 것을 “안타깝게 받아들였다”는 대목도 나온다. 당시 상황에 대해 CBS는 “워런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개인적인 이유로 사직한 것”이라고 전했다.

몇몇 기자가 워런 의원의 발언 등을 추가 취재했다. 이후 워런을 지지하는 글도, 그렇지 않은 글도 올라왔다. CNBC의 존 하우드 기자는 트위터에 “50년 전 임신을 하면 직장을 떠나는 게 해가 뜨는 것처럼 흔한 일이 아니었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올렸다. 워싱턴포스트는 헤드라인에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임신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물론 이 상황에 대한 태도는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누구도 워런 의원의 이야기가 믿을 수 없다고 대놓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단지 워런 의원의 과거 발언을 포함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가 있을 뿐이다.

최근에는 워런 의원이 1976년 로스쿨 졸업 후 다시 임신했기 때문에 취직할 수 없다고 말한 2011년의 인터뷰가 발견됐다. 그 인터뷰에서 워런 의원은 교사직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언급했지만, 1971년 해고되거나 차별받았다는 것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 이제 워런 의원이 개인사를 윤색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게 맞는 것일까?

■ 워런 상원의원은…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교수 출신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다. 1949년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나 조지워싱턴대와 휴스턴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 로스쿨 교수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을 위한 부실관리위원회 고문으로 활약했다. 2012년 11월 매사추세츠주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이 됐다.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저격수로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도 노골적인 비판을 가했다.

좌파 성향이 가장 강한 워런 의원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노령으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제치고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 경쟁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원제=Warren Rewrites Her Story Again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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