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인수 거부하며 홍콩 정부와 갈등 빚다가 급선회
이번엔 홍콩이 거부…"홍콩 사법권 존중하지 않는 것"
대만 "시위 촉발 살인범 데려가겠다"…홍콩 "권한 없다" 거절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살인범의 인수를 거부하던 대만 정부가 입장을 바꿔 홍콩으로 와서 살인범을 데려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대만에는 그런 요청을 할 권한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대만 대륙위원회의 추추이정(邱垂正)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정부에 서한을 보내 찬퉁카이(陳同佳)와 그의 범죄 자백서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추 대변인은 "홍콩 정부가 이 사건을 다루지 않겠다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이를 다룰 것"이라며 "내일 우리 경찰이 홍콩에 가서 그를 인수해 데려와 죗값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찬퉁카이(20)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함께 여행 중이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홍콩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찬퉁카이에게 적용된 것은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뿐이었고, 재판 결과 그에게는 29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인도하길 원했지만,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이를 실행할 수 없었다.

이에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 등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송환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고, 이는 장기간의 대규모 시위 사태로 이어졌다.

찬퉁카이는 23일 형기 만료로 석방될 예정이지만, 최근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그는 살인 범죄에 대해 자수 의사를 밝혔다.

이에 홍콩 정부는 대만에 찬퉁카이의 신병 인도를 통보했지만, 대만 당국은 '정치적 조작'이라며 그의 인수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홍콩과 대만 정부의 갈등과 상호 비난전이 전개됐다.

이날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매튜 청 홍콩 정무부총리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상대방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건을 악용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대만 "시위 촉발 살인범 데려가겠다"…홍콩 "권한 없다" 거절
교도통신에 따르면 차이잉원 총통은 "홍콩은 자기 시민이 홍콩 밖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사법권을 포기했다"면서 "대만은 범죄가 대만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집행할 용의가 있지만, 홍콩이 우리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은 탈주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장애물이 있기 때문에 홍콩이 적절한 사법적 지원 채널을 통해 대만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홍콩 정부는 23일 오전 성명을 통해 대만에는 찬퉁카이의 송환을 요청할 권한이 없다면서 그런 요청은 "홍콩의 사법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며,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찬퉁카이 송환의 근거법인 범죄인 인도 법안은 이날 홍콩 의회인 입법회 본회의에서 공식 폐기된다.

홍콩은 찬퉁카이가 대만 당국에 자수할 명백한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대만은 찬퉁카이에 대한 입경 금지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은 대만의 사법지원 요청은 "단지 구실에 불과하다"며 찬퉁가이의 자수 의지를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의 자수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대만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한다"며 "대만이 정말로 정의를 지키고자 한다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이 사건에서 진전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