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쿠르드족의 휴전 종료(한국시간 23일 오전 4시)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 방침을 재확인했다. 반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쿠르드족을 공격한 터키를 겨냥해 필요하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딴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석유를 지키는 것을 제외하고는 (시리아에 병력 주둔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병력이 석유를 지키기 위해 요르단과 이스라엘에 가까운 다른 시리아 지역 등에 머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쿠르드족은 천사가 아니다”고 시리아 철군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이어 “그들(터키와 쿠르드족)은 300년 동안 싸워왔고 미국은 400년 동안 쿠르드족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쿠르드족이 (터키와) 싸우게 둬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으로 과거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국과 함께 싸운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비난을 민주당은 물론 집권 공화당으로부터도 받고 있다. 이날 각료회의 발언은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철군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쟁보다 평화를 선호한다”면서도 “적극적 행동이나 군사행동이 필요한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조치를 취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군사행동을 촉발할 레드라인(한계선)에 대해선 “대통령의 결정보다 앞서가지 않겠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우리는 분명 경제력(경제 제재)과 외교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그것들이 우리가 선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터키는 쿠르드족이 휴전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휴전기간 종료 직후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터키가 지난 17일 쿠르드족과 휴전에 합의하면서 제시한 조건은 120시간(5일) 안에 터키가 설정한 ‘안전지역’ 밖으로 쿠르드 민병대가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쿠르드 민병대는 휴전 조건을 받아들이는 의미로 20일 시리아 북동부 국경도시 라스 알아인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터키가 정한 안전지역보다는 철수 범위가 좁아 터키와 쿠르드족 간에 전투가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