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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협상 어떻게 되고 있나
아무 합의 없이 떠나는 노딜이냐 시한 재연장이냐 관심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방문 중인 룩셈부르크 총리실 앞에서 브렉시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방문 중인 룩셈부르크 총리실 앞에서 브렉시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약속한 ‘브렉시트’ 최종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영국 정부는 EU 집행부와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해 오는 31일까지 EU를 탈퇴하겠다는 계획이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결정한 지 3년4개월 만이다.

일각에선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한 뒤 제2 국민투표를 거쳐 브렉시트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다만 브렉시트 자체가 철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브렉시트는 수백 년간 이어져온 영국의 전통적 외교노선인 ‘고립주의’에 따른 역사적 뿌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이민자 유입에 따른 일자리 축소, EU의 각종 규제 등에 대한 영국 국민의 불만이 겹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대륙과 거리 둔 영국

EU의 전신은 1958년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EEC)다. 영국은 15년이 지난 1973년에야 EEC에 가입했다. 1960년대까지 영국의 외교노선은 ‘위대한 고립(splendid isolation)’이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하나의 유럽’을 꿈꾸는 EU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18세기부터 세계를 주름잡는 제국으로 부상한 영국은 유럽 대륙과 세력 균형을 이뤄야 자국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독자 외교노선을 추진했다. 유럽 문제에 섣불리 개입하기보다 세계 식민지를 통한 자유무역으로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 영국의 방침이었다. 그러나 영국 상품 경쟁력이 EEC에 밀리는 등 경제가 1960년대부터 침체기에 접어들자 영국 정부는 1973년 EEC에 가입했다. 이후 불과 2년 만인 1975년 당시 영국 노동당 정부는 EEC 잔류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했다. 오일쇼크로 글로벌 경제가 어려워지고 EEC로부터 얻을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때는 국민의 67%가 잔류를 선택했다. 다만 이후에도 ‘위대한 고립’이라는 기존 외교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1992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이 대표적이다. 유로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을 출범시킨 계기가 된 이 조약을 영국 정부는 경제 주권을 내세워 끝까지 반대했다. 영국은 지금도 자국 화폐인 파운드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세 차례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

잠잠하던 EU 탈퇴론이 다시 불거진 것은 2013년이다. 당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 회의론자들의 표를 의식해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자 캐머런 총리는 2016년 6월 23일을 투표일로 정했다. 그는 EU 잔류파가 승리를 거둘 것으로 판단했다. 예상과 달리 국민의 51.9%가 EU 탈퇴에 찬성했다.

캐머런 총리의 뒤를 이어 집권한 테리사 메이 총리는 2017년 3월 29일 EU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서 탈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50조를 발동했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하고 올 3월 29일을 기해 브렉시트를 완료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사자인 영국과 EU가 아니라 영연방 일부인 북아일랜드에서 문제가 터져나오면서 협상이 꼬이기 시작했다. 메이 총리와 EU는 브렉시트와 상관없이 영국 전체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당분간 잔류하도록 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을 야구장 포수 뒤편에 놓인 철망을 뜻하는 ‘백스톱(backstop)’이라고 부른다.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면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에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하드보더’ 충격을 피할 수 있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EU 관세동맹 잔류 시 영국이 제3국과 자유롭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수 없는 등 EU 탈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올초 영국 하원에선 브렉시트 협상안이 세 차례 부결됐다. 브렉시트 시한도 당초 3월 29일에서 4월 12일에 이어 오는 31일로 두 차례 연기됐다.

메이 총리의 뒤를 이어 지난 7월 취임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EU와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달 31일까지 EU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1일까지 EU와의 협상에 실패하면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을 선택하거나, 협상 시한을 내년 1월 말로 3개월 늦춰야 한다.

● 유럽연합(EU)

1993년 11월 1일 발효된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따라 1994년 출범한 유럽의 정치·경제공동체. 회원국이 되면 역내 사람, 상품, 자본, 서비스의 이동이 자유로워진다. 독립된 주권국가는 아니지만 독자적 법령 체계와 입법·사법·행정 기능을 갖추고 있다.

●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를 뜻하는 신조어.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다. 2016년 6월 진행된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 결정됐다.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영국은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 노딜(No deal) 브렉시트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것. 노딜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유예기간 없이 즉시 EU 회원국으로 적용되던 모든 혜택이 사라진다.

■ NIE 포인트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리해보자. ‘고립주의’를 강조한 영국의 전통적인 외교노선이 브렉시트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토론해보자. 브렉시트가 유럽 등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자.

강경민 한국경제신문 런던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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