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인권조례 시행 후 첫 사례…혐오 발언자 이름 등은 미공개

도쿄도(都)가 지난 4월부터 시행한 인권존중조례에 따라 재일 한국인을 상대로 한 2건의 '헤이트 스피치'(특정 민족이나 인종을 모욕하는 증오표현) 사례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16일 지난 5월 네리마(練馬)구와 6월 다이토(臺東)구에서 각각 진행됐던 거리 선전전과 데모 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한 언동을 헤이트 스피치로 규정했다.

네리마구의 거리선전 활동에선 우익 성향의 참가자가 확성기를 사용해 "조선인을 일본에서 쫓아내자, 때려죽이자" 등의 혐오성 발언을 했다.

다이토구의 데모 행진에서도 같은 구호가 나왔다.

이 현장을 목격한 시민의 청원으로 열린 전문가심사회는 "부당한 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지적했고, 도쿄도는 이 의견을 받아들여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도쿄도는 그러나 헤이트 스피치가 이뤄진 구체적인 장소와 행사 주최자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쿄도는 "계몽을 목적으로 한 조례의 취지를 고려해 이번에는 비공개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도쿄도, 재일한국인 겨냥 '헤이트 스피치' 2건 첫 인정
도쿄도는 2020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헌장이 주창하는 인권존중 이념 실현을 목표로 차별적인 헤이트 스피치를 억제하기 위한 인권존중조례를 제정해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했다.

조례는 시위나 인터넷상의 표현활동이 부당한 차별적 언행에 해당한다고 인정될 경우 도쿄도 지사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해당 내용을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일본 47개 광역단체 가운데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는 첫 조례였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일본에선 2010년대 들어 보수우익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헤이트 스피치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2016년에는 가와사키(川崎)시의 재일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인 배척을 주장하는 우익들의 시위가 빈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와사키시는 헤이트 스피치 방지 대책으로 3차례 이상 위반할 경우 50만엔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처벌 조항을 담은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2016년 5월 중앙 정부 차원에서 부당하고 차별적인 언동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수준의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을 만들었지만, 이 법에도 벌칙 조항은 없다.

광역 지자체 가운데 도쿄도 외에 오사카(大阪)시, 고베(神戶)시가 헤이트 스피치를 막기 위한 조례를 갖고 있지만, 역시 형사처분에 해당하는 벌금 규정은 없다.

가와사키시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올 12월 시 의회에 확정 조례안을 제출해 내년 7월부터 벌칙 조항이 포함된 조례를 시행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