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니콜 미국 치폴레 CEO

'혁신 DNA'로 조직·서비스 확 바꿔
1년8개월 만에 주가 세 배로 올려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jh9947@hankyung.com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jh9947@hankyung.com

멕시코 음식을 파는 미국 레스토랑 체인 치폴레(Chipotle)는 지난해 미국 증시의 S&P500 기업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10대 기업 중 하나다. 작년 한 해에만 주가가 46.8% 뛰었다. 올해도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2월 255달러 선이었던 치폴레 주가는 지난 14일 828.43달러를 기록했다. 1년8개월여 만에 주가가 세 배로 오른 셈이다.

주가 상승을 이끈 주역은 브라이언 니콜 최고경영자(CEO)다. 니콜 CEO는 마케팅과 브랜드관리 전문가로 작년 3월 취임했다. 치폴레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매장 디지털화를 주도해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경쟁사 출신 마케팅 전문가

니콜 CEO는 치폴레의 경쟁사인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 기업 타코벨 출신이다. 2011년 타코벨 최고마케팅책임자(CMO), 2013년 타코벨 사장에 올랐다. 2015년부터 작년 초까지 타코벨 CEO를 지냈다. 경영 위기를 겪던 치폴레가 니콜 CEO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니콜 CEO가 취임한 작년 3월 치폴레는 연이은 악재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여러 매장에서 식중독 발병 사고가 잇따르면서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고객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있었다. 매장을 찾는 이들이 줄면서 매출은 확 떨어졌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니콜 CEO는 전 직장인 타코벨에서 성공했던 경영 전략을 치폴레에 과감히 적용했다. 타코벨에서 핵심 인력 여럿을 치폴레로 데려왔다. 조직 분위기를 바꿔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다. 조직 의사결정 구조도 간소화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던 치폴레 본사는 약 1600㎞ 떨어진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로 옮겼다. 타코벨 본사 근처다. 니콜 CEO는 이를 두고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의 생활 선호도가 높은 캘리포니아 지역에 본사를 두면 유능한 인재를 들이기 더 쉽다는 얘기다.

○악재 숨기지 않고 개선점 적극 홍보

조직을 개편한 니콜 CEO는 새 마케팅 전략을 여럿 내놨다. 작년엔 식중독 사태 이후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니콜 CEO는 이를 두고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땐 문제 원인을 쉬쉬하며 방어적으로 구는 것보다 문제점을 개선했다고 널리 알려 기업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게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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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광고에서 치폴레 음식에 들어가는 51가지 재료를 차례차례 보여주고 치폴레는 인공감미료 등이 아니라 진짜 채소와 곡식만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을 고용해 실제 치폴레 종업원들이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 광고로 담기도 했다. 신선한 재료와 개선된 위생환경 등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브랜드 홍보에도 힘을 쏟았다. 보다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방법에 집중했다. 대학 풋볼리그를 브랜드 차원에서 후원하는 대신 같은 비용으로 주요 경기에 광고를 수차례 내보냈다. TV 광고와 소셜미디어 광고 비중도 높였다. 니콜 CEO는 “치폴레는 식중독 사태 등을 겪는 동안 적극적인 홍보를 피했다”며 “그간 줄어든 브랜드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선 입소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치폴레가 운영하는 사진 SNS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은 다른 레스토랑 기업의 공식 인스타그램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먹음직스럽게 찍은 음식 사진보다 유머 자료가 더 많다. 치폴레 얘기가 들어간 말장난이나 재미있는 고객들의 사연 등이 대부분이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SNS를 통해 소비자들이 주도적으로 유머 자료를 공유하게 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전략이다.

○모바일 앱 개선…디지털 매출 ‘쑥’

니콜 CEO는 디지털화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디지털화의 관건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방침을 가지고 모바일 주문용 앱(응용프로그램)과 결제 시스템을 개선했다. 니콜 CEO가 도입한 ‘디지털 주문용 선반’은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소비자가 온라인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이 준비되면 매장 한쪽에 있는 전용 선반에 두고 가져가도록 했다. 디지털 주문을 한 소비자가 음식을 받기 위해 따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선반에 올라가는 음식 포장지엔 메뉴와 주문자명이 쓰인 종이를 붙여 여러 사람이 주문한 음식이 모여 있어도 헷갈리지 않도록 했다. 니콜 CEO는 “과거 치폴레는 디지털화에 따라 매장 직원들이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주로 고민했다”며 “하지만 소비자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을지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니콜 CEO는 소비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음식을 받아갈 수 있는 모바일 주문 전용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도 도입했다. 니콜 CEO가 취임하기 전까지 치폴레는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 저렴한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연상시키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니콜 CEO는 모바일 주문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 방침을 바꿨다. 치폴레는 작년 2분기엔 음식 배달업체 도어대시와 협업해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소비자 편의에 집중한 서비스를 새로 내놓자 치폴레를 외면했던 소비자들이 모여들었다. 작년 치폴레 모바일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년 대비 77% 늘었다. 작년 4분기 디지털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66% 뛰어 전체 매출의 12.9%를 차지했다. 매장별 매출도 작년 3분기 평균 4.4%, 4분기 6.1% 늘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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