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배증…브렉시트 국민투표·맨체스터 등 테러 이후 급증

영국에서 인종과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증오 범죄가 연간 10만 건을 최초로 돌파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018∼2019년 경찰에 신고된 증오 범죄 건수가 10만3천300건으로 집계됐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전년보다 10% 늘어난 것이며, 증오 범죄 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또한 5년 전과 비교해서는 2배로 늘었는데, 특히 최근들어 증가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英서 증오범죄 연간 10만건선 첫 돌파…SNS 영향?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작년에 보고된 전체 증오 범죄의 4분의 3 이상인 7만8천 건은 인종과 관련된 범죄였다.

작년과 비교하면 11% 증가했다.

이어 동성애 등 성적 지향과 관련된 범죄가 전년보다 25% 늘어난 1만4천400건이었다.

종교 관련 증오범죄는 3% 증가한 8천500건, 장애 연관 증오범죄는 14% 뛴 8천200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전환자를 겨냥한 증오범죄는 전년보다 무려 37% 많은 2천330건이 신고돼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증오 범죄에 희생된 조 콕스 의원의 동생인 킴 리드비터는 하원 위원회에 출석해 "사람들은 자신들과 비슷하지 않다는 이유로 타인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콕스 의원은 당시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벌이던 중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극우 인사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고, 이 사건으로 영국은 큰 충격에 빠진 바 있다.

리드비터는 "환멸을 느끼고, 현안들에 발언권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좌절이 영국 전역에 존재한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쉬운 것은 자신들과 비슷하지 않은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이다.

이는 반감과 적대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원 공공생활 표준위원회의 조너선 에반스 위원장은 증오 범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소셜미디어를 지목했다.

그는 "의견을 표명하려면 20년 전에는 편지를 써야만 했지만, 이제 (소셜미디어 덕분에) 훨씬 쉬워졌다"며 "(소셜미디어는)즉각적이고, 익명성이 보장된다.

타인이 소셜미디어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고 느끼는 일종의 '반향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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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통계학자들에 따르면 영국의 증오 범죄는 2016년 실시된 브렉시트 국민투표, 2017년 런던과 맨체스터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 이후 급증 추세를 보였다.

또한, 최근 1년간 증오 범죄가 증가한 것은 지난여름 이어진 화창한 날씨 덕분에 사람들이 더 많이 야외로 나간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경찰서장협의회(NPC)의 마크 해밀턴 부서장은 "현재 우리 사회에 실제적인 분열이 있음을 알고 있다.

갈등 증폭을 막고 타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주의 깊게 생각하고, 차분해질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시민들은 증오 범죄를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경찰은 희생자들에 대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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