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갈지자 행보'에 동맹약화·탄핵국면서 고립"…이란 예 들어 "제재 실효성도 의문"
"정상과의 일대일대화 의존…김정은과의 케미에만 기댄 대북외교 결실 못내"
"시리아 철수, '충동·트윗'에 의존한 트럼프 외교정책 결정판"
안팎으로 엄청난 후폭풍과 혼돈을 몰고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은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로 대변돼온 트럼프 표 외교정책의 결정판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내건 '불(不)개입·고립주의'에 따라 "끝없는 전쟁에서 빠져나오겠다"며 시리아 북동부 주둔 미군 병력의 철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내부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충동과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트럼프 스타일도 그대로 발현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시리아 결정은 그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의 모든 특징을 지닌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모든 장성과 정부 전문가들보다 국방과 외교정책에 대해 더 많이 안다고 말해왔다"며 이번 시리아 결정이 그러한 믿음에 따라 움직이는 대통령이 초래한 결과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터키의 시리아 공격을 묵인하고 그 결과 이슬람국가(IS) 퇴치에 공을 세운 쿠르드 동맹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동맹 경시 논란을 점화하며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미국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맞서 전투를 벌여야 할 상황에서 '시리아 철군' 결정을 둘러싼 여권 내 균열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점점 더 고립되는 실정이라고 의회 전문 매체인 더 힐이 지적하기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은 진지하고 신중한 숙의 과정보다는 충동과 트윗에 의존하는 정책 결정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례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접근법은 외교정책의 승리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불안정과 혼란 등으로 이어졌다고 WP는 지적했다.

전통적인 동맹들을 약화하고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허약하게 만들었으며 미국이 더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식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WP는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들 역시 군 관련이나 외교 정책들을 놓고 비판에 직면한 바 있으나, 이번 시리어 철수 결정만큼 압도적으로 초당적인 반대에 부딪힌 국가안보 관련 발표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지난 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이뤄졌다.

WP는 이를 두고 "터키 대통령과의 통화 후 즉흥적으로 이뤄진 이번 결정은 주변 참모들의 조언 보다는 적성국을 포함해 수화기 너머 또는 테이블 건너편의 정상들로부터 '신호'를 얻어가면서 일대일 대화를 통한 개인적인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대통령 스타일의 또 하나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확인한 정보 당국보다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말에 더 힘을 실어주는 들었던 사례,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반(反)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당시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던 사례와 함께 대북 외교를 그 예로 들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능력을 제거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자신이 '러브 레터'라고 명명한 친서들을 보내온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에만 기댔다"며 현재까지는 아무런 결론을 얻어내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뒷북' 식으로 대(對)터키 제재 단행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제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있어 선호되는 무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가 곧 터질 것 같으면 해결책으로 제재나 관세 카드에 의존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누가 미국으로부터 뭘 구매하느냐', '누가 미국을 이용하느냐', '누가 응징당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큰 전략' 보다는 모든 것을 돈의 관점에서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 파기 후 고강도 대(對)이란 제재에 나섰지만, 제재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주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은 오히려 정권의 공격 강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다 강경한 제재가 협상의 문을 여는 데 기여했지만 현재 협상은 교착된 상태라고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분야 '갈지자 행보'의 원인으로 역사 지식의 결여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특정한 맥락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꼽았다.

물론 복잡한 중동 정세를 둘러싼 좌절감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모두 겪어온 바이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 이전에는 미군 주둔 및 리더십을 통해 외교적으로, 때로는 군사적으로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이 미국 정책의 골간이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시리아 지역에서 파괴적 효과를 끼쳤다고 WP는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만시지탄'이라며 "이번 시리아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의사결정의 극단적 사례일 수 있지만, 이번과 똑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이 전 세계에 대한 그의 접근법을 관통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