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르면 16일(현지시간) 오후 영국과 EU가 합의안 초안에 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15일 양측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영국와 EU 정부의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의견차가 상당히 좁혀졌다”고 보도했다. 일간 가디언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아일랜드 국경 관련 상당한 양보를 하면서 양측이 브렉시트 합의 직전에 있다”고 전했다.

한 EU 관계자는 “협상 타결이 가까워졌지만 100% 확실하지는 않다”며 “아직까지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도 “협상이 매우 건설적이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했다.

영국 공영 BBC방송에 따르면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16일 오후 2시께 EU 회원국 대사들에게 브렉시트 협상 관련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앞서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16일 밤까지 양측이 합의안 초안에 반드시 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합의안 초안에 서명하면 오는 17~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공식 추인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 2일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하드보더를 최소화하겠다는 이른바 ‘두 개의 국경’ 방안을 EU에 제안했다.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서 빠져나오되, 북아일랜드만 유일하게 2025년까지 EU 단일시장에 남겨두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EU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하드보더를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북아일랜드에 법적으로는 영국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겠다는 제안이다. 또 하드보더를 피하기 위해 육지 대신 아일랜드해에 관세 국경을 세우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보더 당사국인 아일랜드의 리오 버라드커 총리도 이날 수도 더블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측의 협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정부와 EU가 합의하더라도 이달 31일까지 예정된 브렉시트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영국 하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존슨 총리는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오는 19일 하원을 열고 합의안 승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총리가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 및 보수당 내 강경론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DUP는 북아일랜드가 EU 관세동맹 안에 남는 것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북아일랜드에 법적으로는 영국 관세체계를 적용한다는 점을 적극 내세울 예정이다. 존슨 총리는 DUP와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대규모 현금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