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대당 2만9000여달러짜리 '라이브와이어' 선보여
충전 장치 결함으로 생산 잠정 중단

미국 명품 오토바이 제작사 할리데이비슨이 전기 오토바이 모델 ‘라이브와이어’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충전 장치 결함이 발견돼서다. 1대당 2만9000여달러에 이르는 이 고급 전기 오토바이는 언제 생산이 재개될지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쉘 쿰비어 할리데이비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주 딜러들에게 “충전 메커니즘을 테스트하기 위해 라이브와이어의 생산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달했다. 회사 측은 시험이 잘 진행되고 잇다고 했지만 언제 생산을 재개할지 밝히지 않았다. 이번 결함은 가정에 있는 일반 콘센트로 충전할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데이비슨은 고객들과 딜러들에게 집에 있는 전기 콘센트 대신 대리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충전기만을 사용하도록 요청했다.

라이브와이어는 할리데이비슨이 내놓은 유일한 전기 오토바이다. 각 가정의 벽에 있는 표준 콘센트를 통해 오토바이를 충전할 수 있다. 가정에선 완충까지 10시간이, 전용 충전소에서 급속 충전하면 1시간이 걸린다. 한 번 충전하면 도시 주행 기준 약 225km를 주행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전기 오토바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보고 그동안 공을 들여왔다. 인구 고령화로 줄어든 수요층을 환경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으로 메꾸겠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1월 전기 오토바이를 정식 출시하기 전까지 4년이 걸렸다. 회사 측은 2027년 말까지 전기 오토바이의 연 매출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대와 달리 시장은 냉담한 편이다. 지금까지 라이브와이어 생산량은 할리데이비슨의 전체 생산량 가운데 1%에도 못 미치는 1600대가량으로 추정된다. 출시 직후부터 젊은 층이 부담하기엔 너무 높은 가격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라이브와이어의 1대당 가격은 2만9799달러로, 거의 테슬라 전기차(모델3 기준 3만5000달러)만큼 비싸다.

전기 오토바이 충전을 위한 인프라도 부족한 편이다. 할리데이비슨은 충전소가 부족한 만큼 자사의 전기 오토바이를 집에 있는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이번 충전 장치 결함에서 알 수 있듯 그동안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음에도 여전히 한계가 크다. WSJ는 “수십 년 탈 수 있는 가솔린 오토바이와 달리 전기 오토바이는 몇 년이나 탈 수 있을지 내구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생산 중단은 할리데이비슨의 매출 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기존 휘발유 오토바이 판매량이 줄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오토바이 판매 전망치를 기존 21만7000~22만2000대에서 21만2000~21만7000대로 하향 조정했다.

할리데이비슨의 주가는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올 들어 3.2% 상승했다. S&P 500지수가 같은 기간 18% 상승한 데 비해 저조하다. CNBC는 “할리데이비슨이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야심 차게 전기 오토바이사업에 진출했지만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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