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정부, '노란 조끼' 시위대책 일환으로 그랑제콜들에 학생선발 다양화 지시
그랑제콜, '부의 대물림' 비판 직면…프랑스 정부 "획기적 방안"
프랑스 엘리트 고등교육기관 그랑제콜, 차상위계층 선발 늘린다
프랑스의 엘리트 고등교육 기관인 그랑제콜(grandes ecoles)들이 재학생들의 경제적 배경 다양화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그랑제콜들의 학생 선발 절차 개선 방안은 작년과 올 상반기 프랑스의 '노란 조끼' 연속시위에서 터져 나온 경제·사회적 평등 확대 요구의 일부를 정부가 수용한 뒤 마련된 것이다.

프랑스의 소수정예 특수대학인 그랑제콜은 그동안 중산층 이상 부유층의 대물림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파리고등사범학교(ENS 파리), 고등상업학교(HEC), 에콜 폴리테크니크, ESSEC 등 대표적인 프랑스 그랑제콜 여덟 곳의 총장들은 14일(현지시간) 프랑스 고등교육부에 차상위 계층 학생들의 선발 확대를 위한 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프랑스 정부는 작년 말부터 이어져 온 '노란 조끼' 연속시위에서 분출한 각종 사회적 요구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난 1∼3월 마련한 '국가 대토론' 직후 그랑제콜들에 학생들의 사회적 배경의 다양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프랑스의 일반 대학에서 경제적인 이유에 따른 국가 장학금 수령 비율은 평균 38%이지만, 그랑제콜은 이보다 크게 낮다.

일간 르 몽드에 따르면 경영 부문 그랑제콜의 경우, 경제적 이유에 따른 국가장학금 수령자 비율은 13%, 에콜 폴리테크니크 11%, 파리고등사범학교 19%가량이다.

특히 고급 공학교육이 이뤄지는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경우 농민, 상공인, 노동자, 일반 회사원 자녀의 비율은 작년 기준 7%로 크게 낮은 것으로 지적됐다.

중산층 이하 가정 출신보다 상류층 학생들이 그랑제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늘면서 그랑제콜이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은 프랑스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프랑스의 대학교육은 일반 국립대와 그랑제콜로 나뉜다.

일반 국립대는 대입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통과하면 누구나 진학해 원하는 전공을 무상교육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반면에, 그랑제콜은 별도의 준비과정과 시험을 추가로 거쳐야 진학할 수 있다.

당초 국가 엘리트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그랑제콜 졸업생들이 정·관계는 물론 재계의 상위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그랑제콜에 대한 프랑스 서민계층의 불만은 확대돼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란 조끼' 연속시위에서 나타난 엘리트 계층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를 확인하고서는 그랑제콜 중에서도 정치적 상징성이 큰 학교이자 자신이 졸업한 국립행정학교(ENA)의 폐지를 전격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 주요 그랑제콜들은 국가장학금 수령자의 신입생 선발 확대, 고교의 그랑제콜 준비반(프레파) 단계에서부터 중산층 이하 차상위 계층을 배려해 선발하는 방안 등을 제도개선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파리고등사범학교 등 주요 그랑제콜은 입시에서 차상위계층에 높은 포인트를 부여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 출신 학생들이 선발될 가능성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는 그랑제콜 준비반 외에 일반 국립대 졸업생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비율도 늘리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에서도 이런 수준의 그랑제콜 선발 개편 방안은 유례가 없이 획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프랑스 고등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매우 야심 찬 방안"이라고 평가했다고 일간 르 몽드가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그랑제콜들이 내놓은 방안을 바탕으로 사회적 다양성 강화 위원회를 설치하고, 추가 논의를 거쳐 그랑제콜 학생 선발 제도의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프랑스 엘리트 고등교육기관 그랑제콜, 차상위계층 선발 늘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