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집회 허가받아
홍콩서 美 '홍콩 인권법안' 통과 촉구 대규모 집회

홍콩 시민들이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주최 측 추산 13만 명의 홍콩 시민은 이날 저녁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 모여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홍콩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한 후 처음으로 경찰의 허가를 얻은 집회이다.

경찰은 집회 주최 측에 참가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단속할 것을 요구했지만, 일부 집회 참가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를 썼다.

홍콩 시위의 주역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은 이날 집회에서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그 동맹국들도 홍콩 민주주의 탄압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제정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은 중국과 달리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 법안은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담았다.

미국 하원은 이르면 16일 오전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홍콩 언론은 전망했다.

차터가든 공원뿐 아니라 인근 도로를 가득 메운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을 '자유의 수호자'이자 '세계 질서의 감독자'라고 칭송했다.

일부 시위대는 성조기를 들고 있었다.

시위대는 최근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을 비판하면서 "경찰을 즉각 해체하라", "더러운 경찰"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으나, 집회는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홍콩 정부는 집회에 대해 "외국 의회가 홍콩 문제에 간섭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비난 성명을 냈다.

홍콩 의료 당국에 따르면 전날 시내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인해 79명이 부상했다.

최연소자는 14세, 최고령자는 73세였다.

전날 쿤퉁 역에서는 시위 진압에 나선 한 경찰관이 흉기로 목을 공격당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사건도 발생했는데, 가해자는 중등학교 6학년생(고교 3학년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홍콩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활발하게 참여했다가 지난달 22일 익사체로 발견된 15세 여학생 천옌린(陳彦霖)에 대한 추모 집회도 열렸다.

천옌린이 다니던 학교에 모인 수백 명의 시민은 그의 죽음에 의문점이 많다면서 천예린이 사망하기 직전 모습이 찍힌 교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천옌린이 경찰에 살해당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천옌린이 경찰에 체포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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