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집권 이후 주요 선거서 여권 첫 패배…야당 '단일화' 전략 효과

입법·사법부와 언론까지 통제하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수도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로 일격을 당했다.

지방선거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에서 여당 피데스(Fidesz) 후보는 82%가량 개표가 끝난 상황에서 친 유럽연합(EU) 성향의 중도 좌파 후보에게 6% 포인트 이상 뒤처진 득표율을 보이며 사실상 패배했다.

야권 후보인 게르게이 커라초니(44) 후보가 51%의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여당의 압도적 지원을 받은 이슈트반 터르로시(71) 현 시장은 44% 득표율에 그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당 피데스를 이끄는 오르반 총리가 2010년 집권 이후 선거에서 첫 패배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커라초니 후보도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면서, 터르로시 시장이 축하 전화를 해왔다고 지지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20세기에 머무는 이 도시를 21세기로 데려가겠다"며 "부다페스트는 친환경적이고 자유로운, 유럽의 도시가 될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투표에 앞서 이번 선거를 올 3월 치른 터키 이스탄불 시장 선거와 비교하면서 "이스탄불 시민은 여러모로 오르반 정권과 닮은, 공격적이고 비자유적인 권력에 반대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르반 체제에 첫 균열"…부다페스트 시장, 야권 품에

6월 재선거까지 치른 터키 이스탄불 시장 선거는 야권 후보가 여당 후보를 두 번 모두 꺾어 철옹성 같았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에 타격을 입혔다.

오르반 총리는 작년 4월 총선에서 개헌 의석을 확보하며 2010년 이후 3연임에 성공한 4선 총리(1998년 첫 총리 취임)가 됐지만, 정부 비판 언론을 탄압하고 의회와 사법부를 장악하면서 강력한 권한을 구축했다.

난민·이민자에 반감을 가진 우파 민족주의를 등에 업고 EU의 난민 분산 수용정책을 거부해 독일, 프랑스 등 EU 주요 국가들과 불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안팎으로 비판과 반발이 이어져도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와 여당에 유리한 선거제도 때문에 오르반 총리는 줄곧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번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에서 여당 피데스는 EU의 난민 정책을 지지하는 커라초니 후보가 시장직에 부적합하다며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고, 오르반 총리는 여당이 패하면 시와 협력을 끊겠다고 압박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서 선거 결과와 관련해 "부다페스트가 내린 결정을 받아들이겠다.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오르반 체제에 첫 균열"…부다페스트 시장, 야권 품에

가디언은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 결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던 야권이 의회를 장악한 여당 피데스와 오르반 총리의 권력을 끌어내릴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분오열했던 헝가리 야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 피데스에 맞서 각 선거구에서 후보를 단일화하는 등 거의 10년 만에 힘을 합쳤다.

개표 결과 전국적으로는 야당이 이긴 지역은 얼마 안 되지만, 23개 주요 도시 가운데 10개 도시에서 승리하는 이변도 일어났다.

가디언은 이번 지방선거가 2022년 총선에서 오르반 총리에게 실질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야권의 협력 전략을 시험해보는 리트머스지였다고 분석했다.

커라초니 후보는 "부다페스트에서의 승리는 헝가리를 바꾸는 길에서 내딛는 첫걸음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정치 평론가인 안드러시 비로 너지는 "야권의 새 협력 전략이 먹혀들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좋은 결과를 냈다"며 "부다페스트는 큰 상이지만 많은 도시에서의 돌파구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르반 체제에 첫 균열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야권의) 전략이 2022년에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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