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통화청(MAS)이 2016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나섰다. 싱가포르의 올 3분기 성장률이 2분기 마이너스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여전히 우려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AS는 14일 “싱가포르달러의 명목 실효환율 정책밴드 기울기를 소폭 낮춘다”고 발표했다. 환율 밴드 기울기를 낮추면 통화정책 완화를, 높이면 긴축을 의미한다.

싱가포르는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부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고, 이를 통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MAS는 “내년 싱가포르 경제가 완만한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이라고 완화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역사적인 평균치보다 아래 수준을 유지하다가 중장기적으로는 점진적 상승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발표한 싱가포르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연율 환산)해 2분기 -2.7%에서 플러스 전환했다. 그러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0.1%로 10년 만의 최저치였던 2분기와 같았다.

경기 침체는 일단 벗어났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제조업 생산이 지난해 3분기에 비해 3.5% 줄어 전분기(-3.3%)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싱가포르는 교역과 해외 직접투자에서 중국 쏠림 현상이 심해 ‘중국 경제권’으로 간주된다. 무역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크게 받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