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딜' 그친 美·中 무역협상
불안한 휴전

中, 500억弗 미국 농산물 구매
美, 중국산 제품 관세인상 보류
< 활짝 웃는 중국 무역협상단 대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중국 무역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왼쪽)로부터 전달받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 활짝 웃는 중국 무역협상단 대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중국 무역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왼쪽)로부터 전달받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15개월 만에 ‘미니 딜(부분 합의)’을 통해 휴전했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 400억~500억달러어치를 구매하고, 미국은 15일로 예정된 25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의 관세 인상(25%→30%)을 보류하기로 한 게 핵심이다.

이번 합의로 양국이 확전은 피했지만 핵심 쟁점 합의에는 실패해 언제든 다시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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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중국 측 협상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중국과)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의는 아직 서면으로 작성되지 않았다”며 “(합의문 작성까진) 3~5주 걸릴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이번 미국과의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 농산물 구매 외에 외환시장 개입 자제, 일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금융시장 개방 등에서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은 15일로 예정된 대중(對中) 관세 인상을 보류했다.

하지만 정식 합의문이 작성되지 않았고 미국이 오는 12월 15일로 예정된 약 1600억달러어치(추정)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 계획을 연기하지 않아 이번 합의는 ‘미봉’에 불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기술 이전 강요 등 미국이 시정을 요구해온 핵심 쟁점 합의도 다음 협상으로 미뤄졌다.


'中, 농산물 구매-美, 관세인상 보류'
주고받아


정면충돌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15개월 만에 ‘미니딜(부분합의)’을 통해 멈춰섰다. 하지만 완전한 종전과는 거리가 먼 휴전 성격이다. 최종 합의가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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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이 지난 10~11일 고위급 협상에서 합의한 핵심은 중국이 400억~500억달러어치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고, 미국은 10월 15일로 예정된 2500억달러어치 대중(對中) 관세 인상(25%→30%)을 보류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위안화 가치 절하,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금융시장 개방 등과 관련해서도 일부 진전이 이뤄졌다는 게 미·중 양국 정부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트윗을 통해 “미국 농가를 위해 이뤄진 가장 위대한 합의”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렇게 많은 상품이 (미국에서) 생산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중국이 구매하기로 한 농산물이 막대한 규모라는 점을 부각하며 농민들의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합의는 미·중이 파국을 피하면서 최종 합의로 가기 위한 ‘중간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이 얼마나 실질적인지와 최종 합의가 가능한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첫째, 이번 합의를 뒷받침할 만한 합의문이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와 미국의 15일 관세 인상 보류를 제외한 나머지 사항에 관해선 협상 진전 여부를 알기 어렵다. 데렉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금 알려진 정도라면 1년 전이나 그전에라도 합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둘째, 중국이 400억~500억달러어치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는 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불확실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 발발 전인 2017년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195억달러였다. WSJ는 “만약 중국이 400억~500억달러어치 미국산 농산물을 한 해에 구입한다면 (미국 농가에) 실질적으로 득이 되겠지만, 수년에 걸쳐 구매한다면 의미가 반감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셋째, 미국이 강하게 요구해온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금지, 기술이전 강요 금지, 산업스파이 활동 중단 등 구조개혁 이슈는 이번 협상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5주 뒤 이번 협상 결과에 서명하고 나면 즉각 다음 단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그동안 구조개혁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넷째, 관세 폭탄 우려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은 15일의 관세 인상만 보류했을 뿐 12월 15일로 예정된 대중(對中) 관세는 보류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 9월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 일부에 1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나머지 제품(1600억달러어치로 추정)에 12월 15일부터 15% 관세를 물릴 예정이다. 미국이 이들 제품에 관세를 매기면 중국도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월가에선 이번 협상과 관련해 미 의회의 탄핵조사와 미국 경기둔화로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경제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못할 것을 중국이 간파하고 양보를 이끌어 냈다며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은 협상 결과에 관한 시장의 의구심을 비중있게 다뤘다. 11일 다우지수도 협상에 대한 기대로 장중 한때 500포인트가량 올랐다가 막상 협상 결과가 알려지자 상승폭이 300포인트대 초반으로 축소됐다.

반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일 “이제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환영했다. 환구시보도 “협상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은 “중국의 승리(WSJ)”로 평가받고 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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