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월 중 개소식 예정…논란 의식해 외교적 지위는 갖지 않을 듯

브라질 정부가 올해 안에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무역사무소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랍권의 반응이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11∼12월 중 예루살렘에 무역사무소를 설치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무역사무소는 브라질 연방정부 산하 수출투자진흥공사(Apex)가 관리·운영하게 된다.

브라질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정부의 합의에 따라 무역사무소는 외교적 지위를 갖지는 않을 것이며 농업 등 관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연내 예루살렘에 무역사무소 설치…아랍권 반응 주목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무역사무소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무역사무소가 무역 외에도 과학기술, 혁신 등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해 외교공관에 준하는 위상을 갖출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무역사무소 설치가 대사관 이전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며 브라질 대사관이 예루살렘으로 옮겨오는 날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가 예루살렘에 무역사무소를 설치하려는 것은 친(親) 이스라엘 행보를 구체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른바 6일 전쟁)에서 승리해 팔레스타인을 몰아내고 점령한 곳으로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교의 성지이며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주장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대사관 이전 대신 무역사무소 설치 계획을 밝힌 것은 이슬람권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브라질 정부 내에서는 대사관 이전을 섣불리 결정하면 아랍권과의 무역 관계 악화는 물론 국제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