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쿠르드, 2차대전때 안 도와…터키에는 "세게 후려칠 것"
동맹경시 논란 기름부은 트럼프 "쿠르드, 스스로 싸우라는 여론"
송수경 = 터키의 시리아 동북부 군사작전 묵인 논란으로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르드 동맹에 대한 발언으로 또 한 번 역풍에 직면했다.

'시리아 철군' 방침으로 터키 침공의 길을 터줌으로써 미군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도움을 준 쿠르드 동맹을 '배신'했다는 비판을 맞닥뜨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결코 쿠르드를 버리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과정에서 쿠르드족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을 돕지 않았다는 '돌발 발언'을 쏟아내 동맹 경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다른 이들의 전언 형식을 빌려 쿠르드족의 전투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도 에둘러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터키는 오랫동안 쿠르드족 공격을 계획해 왔다.

그들은 쉴 새 없이 싸워왔다"며 "공격 지역 근처 어디에도 우리의 병사나 군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끝이 없는 전쟁을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터키와 쿠르드 양쪽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우리가 수만 명의 병사를 그 지역으로 보내 또다시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길 바란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며 "다른 이들은 '휘말리지 말라. 쿠르드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전투에 임하도록 하라'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쿠르드족이 자신들의 싸움에서조차 미국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거듭 내세웠다.

'불(不)개입 주의·고립주의'에 근거한 "끝없는 전쟁에서 발을 빼겠다"는 기조를 내세워 시리아 철군에 대한 정당성을 재차 주장한 것이다.

그는 특히 양분된 여론을 전하는 방식으로 쿠르드족의 '자력갱생론'도 언급, 본심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터키가 규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그리고 제재를 통해 매우 세게 후려칠 것이라는 점을 말한다! 나는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에도 터키가 인도주의적으로 작전을 수행하지 않으면 터키의 경제를 싹 쓸어버리겠다고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터키에 대해 '시리아 공격 묵인'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경론과 우호적 태도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어정쩡한 태도가 이어지는 모양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쿠르드족을 향한 '제2차 세계대전 발언'으로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자신의 시리아 철군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과정에서 "쿠르드족은 그들의 땅을 위해 사우고 있다"며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를 돕지 않았다.

예를 들어 그들은 노르망디(상륙작전) 때 우리를 돕지 않았다"고 쿠르드족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이어 "그들은 그들의 땅과 관련해 우리를 돕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쿠르드족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준비 없는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인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공격을 가능하게 해줬다는 인상을 고치기 위해 행정부가 부심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가뜩이나 '시리아 철군' 결정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여당인 공화당 내 '분노'를 증폭시켰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50명은 9일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시리아 동북부 철군 결정이 미국의 역내 대테러대응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이는 현재 및 미래의 동맹들이 파트너로서의 미국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송했다고 WP가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