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 논리에 토사구팽 역사 되풀이…시리아·터키 등에 3천만∼4천만명 분산

시리아에서 미군의 지상군 역할을 했던 쿠르드족이 미군이 떠난 뒤 터키의 공격을 받으며 풍전등화의 위기에 내몰렸다.

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쿠르드족은 독립 국가를 갖지 못한 세계 최대 민족이다.

주로 터키 남동부, 시리아 북동부, 이라크 북부, 이란 남서부, 아르메니아 남서부 등 5곳에 흩어져 살고 있고 전체 수는 3천만∼4천만 정도로 추산된다.

쿠르드족은 20세기 초 '쿠르디스탄'이라는 독립국을 세우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쟁 휘말린 비운의 쿠르드…나라 없는 세계 최대 민족

1920년 제1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과 동맹국이 서명한 세브르 조약에는 쿠르드족의 독립국 건설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3년 뒤 서방 국가들은 이 약속을 내팽개쳤다.

당시 쿠르드족은 독립국 건설 약속을 믿고 서방 국가들과 함께 싸웠으나 전쟁 후 '토사구팽'을 당하고 지금처럼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게 됐다.

전쟁 휘말린 비운의 쿠르드…나라 없는 세계 최대 민족

쿠르드족의 절반 정도인 1천500만명은 터키 동남부에 거주하고 있다.

터키 인구의 19% 정도에 달하는 적지 않은 수다.

터키는 40여년 전부터 쿠르드족 분리 독립을 주장해온 쿠르드노동자당(PKK)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터키는 PKK를 테러 단체로 지목해 탄압해왔다.

시리아 쿠르드와 PKK가 손잡게 되면 국가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PKK 제거가 궁극적인 목표라는 점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2016년에는 친 쿠르드 성향의 매체들이 강제로 문을 닫았고 1만1천여명의 교사가 PKK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해고되거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쿠르드족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수도 다마스쿠스 방어를 위해 시리아 정부가 북동부를 비우자 이 지역을 차지한 뒤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앞세워 사실상 자치를 누려왔다.

2014년 IS가 발호하자 YPG는 자치 지역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항전했다.

IS와의 싸움에서 신뢰할만한 파트너를 찾던 미국은 시리아 쿠르드와 손을 잡았고 무기를 공급하며 훈련도 시켰다.

IS와의 전쟁을 맡은 시리아 민주군(SDF)은 이 YPG가 주축이고 미국의 지원을 받는 중동 국가들의 병사와 영국·프랑스의 특수 부대가 배속하고 있다.

SDF가 없었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IS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쟁 휘말린 비운의 쿠르드…나라 없는 세계 최대 민족

YPG의 세력 확대를 경계해온 터키군은 IS 패망 후 미국에 YPG 지원 중단을 요구했고 SDF의 통제 지역으로 계속 이동해왔는데, 장기적으로는 시리아 북부와 터키 사이에 완충지대를 만들려 하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군을 결정하면서, 터키로서는 미군이 빠진 SDF를 공격할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터키는 YPG를 PKK의 지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SDF는 시리아 영토의 4분의 1가량을 통제하고 있는데, 이 지역은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터키는 32km가량인 완충지대에서 쿠르드족을 쫓아내고 100만∼200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재정착시키려 하고 있다.

SDF는 터키의 공격으로 외국인 2천명을 포함해 포로로 잡혀 있는 IS 조직원 1만1천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이들이 혼란을 틈타 재무장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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