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존 기간 40년 남은 아파트 팝니다’. 베트남의 한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 온 매물 소개 문구다. 국가로부터 받은 아파트 토지 사용권 50년 중 40년이 남은 아파트를 팔겠다는 의미다.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에 투자할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무엇인 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사례다. 베트남 투자엔 유효 기한이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에서 모든 토지의 주인은 국가다. 원칙적으로 인민은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생산 수단의 가장 큰 원천인 전 국토의 토지와 자원을 소유함으로써 베트남은 국가 정체성의 마지막 보루, 사회주의를 사수한다. 이런 원칙에 따라 베트남 내 모든 기업이 사용 중인 토지의 사용 기한은 50년이다. 경제자유구역 등 특수 지역만 예외적으로 70년 간 사용할 수 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이건, 베트남 토종 기업이건 상관없이 50~70년 사용 후엔 원칙적으로 모든 토지가 국가에 귀속된다. 다만, 주거용 토지에 대해선 내국인 우대 정책이 적용된다. 아파트나 빌라 등 주거를 구매한 내국인은 토지 영구 사용권을 부여받지만, 외국인은 예외없이 50년 후 사용권권에 대해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2003년까지만해도 토지 사용권에 관한 명확한 법률 규정은 따로 없었다. 50년이 지나면 정부가 재연장을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풍문만 떠돌았다. 그러다 2003년 토지법이 개정되면서 베트남 정부는 국가의 권리를 분명히했다. 개정안엔 ‘토지의 사용 기간이 만료된 후 별도로 기간이 연장되지 않는 경우 국가가 다시 토지 사용권을 환수한다’는 규정과 함께, ‘국가는 토지나 토지에 부착된 자산에 대한 보상 없이 토지를 환수할 수 있다’고 부연돼 있다. 법무법인 광장 베트남 하노이 사무소의 홍성미 변호사는 “토지 사용권자는 기간 만료 6개월 전에 연장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춘 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아직 그러한 조건이 무엇인 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불명확하다”며 “연장이 거부되면 토지와 부착 자산은 모두 국가로 환수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 유효 기한은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한 사회주의 국가의 독특한 제약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선배’ 격인 중국에서는 이미 유효 기한으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토지 사용권 연장에 필요한 비용이 아파트 값을 훨씬 웃도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결국, 투자 유효 기한의 존재는 투자 회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예를 들어 아파트만해도 매입 후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 기한 감소에 따른 일종의 감가상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통상 공장을 짓고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경영활동을 통한 이익 창출과 함께 토지 등 자산 가격의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베트남에선 이런 부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호텔, 물류, 유통, 부동산 개발 등 토지 자산을 활용해 이익을 내는 회사들은 토지 사용 기한에 좀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비그라세라(베트남), VSIP(싱가포르) 등 산업단지 개발사들이 공단 주변 땅에 대규모 빌라 단지를 조성해 분양하고 있는 것도 최대한 기한 내에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방편일 가능성이 높다.

토지 사용권 회수의 시점이 다가왔을 때 베트남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실행에 옮길 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다만, 중국의 최근 사례나 토지법 개정안의 취지에 비춰볼 때 사용권 연장에 따른 비용을 청구할 게 자명하다. 이 때도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할 것이다. 수요가 없는 토지의 경우 기존 점유자가 손쉽게 재연장을 부여받을 수 있겠지만, 수요가 몰리는 땅의 점유자는 국가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예컨데 잔존기한이 10년 남은 아파트를 5억원에 샀는데 주변 개발 열풍에 힘입어 아파트 가치가 두 배로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중간에 매각할 기회를 잡지 못해 토지 사용권 연장서를 제출했을 때 정부가 사용권 연장을 위한 가격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정부는 가격 상승분을 국가에 귀속시키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10억원을 주고서라도 그 아파트를 사려는 이들이 줄을 선다는 가정 하에서다.

유효 기한이 달린 토지 사용권은 M&A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베트남 기업을 인수할 때 토지 사용권 잔존 기한을 인수 가격에 반영할 것이냐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인수자는 반영해야한다는 입장일 테고, 반대로 매도자는 반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베트남 정부가 국영 기업 매각과 관련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총 93개에 달하는 국영기업 매각을 최대 과제로 삼고 있다. 열악한 국가 재정 상황을 타개할 거의 유일한 카드라서다. 이 난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베트남 FDI의 판도 또한 달라질 것이다.

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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