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신속 대응 촉구…2주동안 관공서·도심 도로 등 점거 예고
英 존슨, 시위대 겨냥 "대마초 냄새나는 간이천막서 사는 하류집단" 막말
전 세계 60여 도시서 '멸종저항' 시위…첫날 수백명 체포(종합2보)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이 주도하는 시위가 세계 주요 도시에서 7일(현지시간) 2주 일정으로 시작됐다.

영국 BBC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정부에 조속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는 이날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개최됐다.

주요 다리 및 도로 등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체포되기도 했다.

BBC는 앞으로 2주 동안 세계 60여개 도시에서 기후변화 시위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멸종저항'의 본거지인 영국 런던에서도 이날 시내 주요 지점을 점거하기 위한 시위가 벌어졌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오전부터 '멸종저항' 소속 활동가들이 런던 시내 주요 도로와 다리, 건물 등을 점거하고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웨스트민스터 다리, 램버스 다리, 트래펄가 광장, 정부 주요 관공서 주변에서 시위를 펼쳤다.

트래펄가 광장에는 '우리의 미래'라고 적힌 관을 실은 영구차가 자리 잡았다.

운전자는 자신을 자동차에 묶었고, 다른 시위대 역시 차량 주위 도로에 드러누웠다.

시위대는 주요 정부 부처 등이 몰려있는 화이트홀 거리 등도 차단하려다 경찰이 투입되면서 해산했다.

전 세계 60여 도시서 '멸종저항' 시위…첫날 수백명 체포(종합2보)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이날 저녁 9시 30분까지 시위대 280명을 체포했다.

'멸종저항' UK는 트위터를 통해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는 많은 이들이 2050년이나 2025년이 아니라 지금 당장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멸종저항 활동가들을 "대마초 냄새가 풍기는 간이천막서 사는 크러스티들(하위문화집단)"이라고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저녁 찰스 무어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전기 마지막 권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대처 전 총리는 "(전 세계 청소년 환경운동의 아이콘인 스웨덴 출신 10대 소녀)그레타 툰베리보다 오래전에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연설에서 멸종저항 시위대를 겨냥해 "치안 당국 관계자들은 도로에 비협조적인 크러스티들과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시위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내가 오늘 밤 (이 행사에) 참석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멸종저항 활동가들에게 막말을 했다.

이어 그는 "오늘 밤 이곳에서 나가서 성가시고 코걸이를 한 기후변화 시위자들과 만나면 온실가스에 대해선 그녀(대처 전 총리)도 옳았다고 상기시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국 경찰 고위 관계자도 이날 멸종 저항 시위대에 대해 런던을 '올스톱' 시켰다고 비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호주 시드니에서도 시위대가 시내 메인도로에서 농성을 벌여 수백 명이 현장에서 경찰에 끌려 나왔고, 이 중 30명이 기소됐다.

호주 멜버른과 브리즈번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호주의 활동가인 제인 모턴은 "우리는 정부가 기후 및 생태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우리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때까지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AFP 통신에 밝혔다.

뉴질랜드에서도 시위대가 수도 웰링턴의 정부 청사를 둘러싸는 과정에서 일부 활동가들이 체포됐다.

암스테르담에선 시위대가 메인 도로에 천막을 친 뒤 100명 이상이 체포됐고, 뉴욕에서는 월스트리트 인근에 설치된 '돌진하는 황소상'(Charging Bull)에 가짜 피를 부은 시위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캐나다에서는 밴쿠버, 토론토 등 대도시에서 시위대가 출퇴근 시간에 교량과 인근 도로를 점거하고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시행을 촉구했다.

경찰은 핼리팩스와 토론토에서 수 십명의 시위 참가자를 체포했다.

전 세계 60여 도시서 '멸종저항' 시위…첫날 수백명 체포(종합2보)

파리에선 '노란 조끼' 반정부 운동의 후원을 받은 활동가 1천여명이 쇼핑센터를 점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에서도 도로 점거 시위가 있었지만, 당국의 방침에 따라 체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도 뭄바이에서도 250여명의 활동가가 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시위를 했다고 BBC는 전했다.

'멸종저항'은 정부가 기후 및 생태계 위기에 신속히 대응토록 하기 위해 2주간 권력 중심부를 평화적으로 장악·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1년 전 영국의 작은 도시인 코츠월드에서 '라이징 업'이라는 조직의 활동가들이 창설했다.

'멸종저항'은 지난 4월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진실 공개, 시민의회 구성 등을 요구하면서 런던에서 11일간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당시 시위대가 런던 시내 주요 명소와 도로, 기차역 등을 점거하면서 큰 혼란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1천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어 7월에는 런던과 브리스틀, 리즈, 글래스고, 카디프 등 5개 도시에서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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