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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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맥이 끊긴 후쿠시마산 농산물·식품의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후쿠시마산 농산물 수출 재개의 상징적인 조치로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길을 다시 여는데 큰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가슴 아픈 비극이지만 국내 정치적인 이유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무리해서라도 수출하려고 하는 일본 정부의 행태는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농산물과 식품에 대해 적용해온 수입규제를 이르면 연내에 완화할 의향을 일본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지난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과의 회담에서 EU측이 연내 수입규제 완화 의사를 전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산케이신문도 지난 6월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기간 동안 아베 총리와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융커 집행위원장 간의 회담이 열렸을 때도 EU가 식품규제를 조기에 철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지진 재해로부터 부흥하는 것은 일본 국민의 비원인 만큼 (EU의 농수산물 수입규제가)조기에 철폐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묘하게도 EU의 후쿠시마산 농산물 수출규제 완화 움직임은 아베 정권에 밀착한 산케이, 요미우리 등 보수성향이 매우 강한 언론만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의 ‘전언’형식 기사여서 사실여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유럽 현지 언론에선 관련 뉴스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일부 일본의 영자매체들이 영어로 된 기사를 통해 규제 완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소위 ‘~카더라’ 보도를 통해 일본 정부가 국내 여론을 달래려는 의도가 강해 보입니다.

EU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후쿠시마현과 인근 미야기현 등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식품의 수입에 대해 방사선 물질 검사증명서를 요구하는 등 규제를 해왔습니다. 이와 함께 후쿠시마산 수산물과 콩, 미야기산 수산물, 이와테산 버섯 등을 대상으로 방사선물질 검사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며 사실상 수입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EU가 수입규제를 완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일본 측은 EU의 방사선 물질 검사증명서 요구 절차가 철폐돼 후쿠시마산 농산물의 수출이 쉬워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내년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도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이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한 것이 과학적인 근거 없는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가 패소한 적도 있습니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두고 취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옹고집’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방사성 물질 오염 위험 가능성이 높은 농수산물의 해외 수출을 고집하겠다는 것은 식품 안정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약할 뿐더러 도덕적 비난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은 조치입니다. 일본 정부가 일부 지역의 여론 악화만을 의식해 비합리적 행위를 고집하는 것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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