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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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신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가 “거대한 글로벌 경제 붕괴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3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 경제가 계속 실망스러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분쟁, 자본 흐름의 변동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갈등, 자연재해의 예측 불가능성 등으로 거대한 경제 붕괴가 닥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폭과 그 직후 유가 급등을 세계를 위협하는 위험한 변동성의 사례로 꼽았다.

또 각국은 글로벌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성장을 촉진할 공공투자와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총재는 해가 비치고 있을 때가 지붕을 고칠 때라고 말하곤 했다”며 “나는 구름이 끼고 가끔 소나기가 내리는 상황에서 취임했기 때문에 지붕 고치는 일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 소나기 오는 상황…지붕 고치는 일 더 미룰 수 없다"

IMF 신임 수장의 경고…"거대한 경제 붕괴 닥칠 수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3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IMF의 세계 경제 진단이 이전보다 더 비관적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IMF는 그동안 세계 경제가 “깨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진단이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을 수차례 낮춰 잡았다. 지난해 7월만 해도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9%로 예상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3.7%), 올해 1월(3.5%), 4월(3.3%)에 이어 7월(3.2%)까지 연이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계속 실망스러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비춰볼 때 IMF가 연차총회 기간인 오는 15일 내놓을 새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선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전임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경기 상황을 “(아직) 해가 비치고 있을 때”라고 비유한 데 반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구름이 끼고 가끔 소나기가 내리는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최근 유럽과 중국의 경기 하강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나 홀로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 경제마저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IMF 집행이사회에서 신임 총재로 확정되자마자 “세계적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 신호가 깜빡이고 있다”며 “모든 회원국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경기 침체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IMF의) 최우선 과제”라고 역설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WSJ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가장 먼저 무역분쟁을 꼽았다. 이어 “우리 일에 대한 회의론이 더 커지는 시점에 다자주의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IMF 같은) 다자기구가 증명할 최선의 방법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등 주요국에서 거세지는 ‘자국 우선주의’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IMF는 그동안에도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보호주의 흐름을 비판해왔다. 지난 6월에도 분석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내년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4550억달러(약 550조원)가 증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자본흐름의 변동성, 자연재해 등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공공투자와 구조개혁을 해법으로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말하는 공공투자는 단순히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 구조적으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을 집행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자신이 이끄는 IMF가 불평등, 부패, 기후변화, 급격한 기술변화 등의 문제에 보다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테슬라의 빨간색 전기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함께 ‘기후변화 글로벌위원회’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 시절엔 EU 관리직의 40%를 여성으로 채우는 개혁안 도입을 주도하는 등 남녀평등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불가리아 출신 여성 경제학자로,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라가르드 전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난 1일 임기 5년의 새 IMF 총재에 취임했다. 이로써 1945년 IMF 탄생 후 두 번째 여성 수장이자 개발도상국 출신 첫 IMF 수장으로 기록됐다.

그는 1990년대 불가리아가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면서 경제난에 빠졌을 때 개혁정책의 대가로 IMF 자금을 지원받는 것을 보면서 국제기구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WSJ에 회고했다. 그러면서 국제기구가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