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설 완전 복구 못했지만
원유 생산 늘리고 비축유 방출
WTI·브렌트유 50달러대 거래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석유시설 피격 사건으로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16일 만에 피격 이전보다 오히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당초 공언한 대로 산유량을 복구하고,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 위험도 줄어든 덕분이다. 세계 경제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고,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계속돼 유가 안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우디 산유량 원상 회복…피격 16일 만에 국제유가 더 떨어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물은 배럴당 1.59달러(2.8%) 하락한 54.32달러를 기록했다. 또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1월물은 배럴당 2.49달러(4.0%) 하락한 59.42달러에 마감했다.

이 같은 유가는 지난달 14일 사우디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 두 곳이 드론 공격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빚기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피격 직후인 지난달 16일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71.95달러까지 오르는 등 국제 유가는 20%가량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생산시설 복구가 이뤄지면서 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아람코의 이브라힘 알부아이나인 판매담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람코 산유량이 9월 25일부터 피습 이전 수준으로 모두 회복됐다”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가 파괴된 석유시설의 생산능력을 모두 회복한 건 아니다. 사우디는 자국 내 비축분을 풀고, 다른 유전에서 산유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가 줄루프 유전, 마니파 유전 등에서 기존보다는 등급이 낮은 원유의 생산을 늘렸다”고 보도했다.

피격 사태 초기 사우디와 미국이 이란을 공격 주범으로 지목한 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됐지만, 이후 군사 공격 가능성이 줄어든 것도 유가 안정에 영향을 줬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최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함께 이란을 저지하지 않는다면 유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오를 수 있다”면서도 “군사적 해결보다는 정치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미국으로부터 정상회담에 응하면 이란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유가는 꾸준히 안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로이터통신이 이날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브렌트유는 배럴당 평균 65.19달러, WTI는 평균 57.96달러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서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전월 49.5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경제 데이터를 보면 원유 수요에 대해 낙관적일 이유가 거의 없다”는 업계 분석을 전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 위험도 줄어들고 있어 유가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IAF 어드바이저의 카일 쿠퍼 원유분석가는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무역 합의가 요원한 상태”라며 “이 때문에 세계 원유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선한결 기자/뉴욕=김현석 특파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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