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자동차 독립'의 꿈 이뤄질까
"베트남의 애국심이 빈패스트를 키울 것"
올 6월 첫 차 출시, 공장 착공 후 21개월만
BMW 등 독일 '스마트 팩토리' 기술 통째로 이식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현대자동차’를 꿈꾸는 기업이다. 동남아시아 어느 기업도 하지 못한 ‘자동차 독립’에 도전하고 있다. 하이퐁 생산공장 기공식도 베트남 독립기념일인 9월2일(2017년)로 잡았다. 그리곤 21개월만인 올 6월에 첫 양산차인 파딜(Fadil)을 출시했다. 모기업인 빈그룹은 1200여 개의 산업용 로봇들로 채워진 최첨단 자동차 공장을 짓는데 35억달러(약 4조1800억원)를 쏟아 부었다. 한 해 매출(2017년 4조6000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빈그룹의 명운, 더 나아가 베트남의 미래를 짊어졌다고 평가받는 빈패스트의 하이퐁 생산공장을 지난 24일 방문했다.

2단계 50만대 양산 목표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약 2시간 반을 달려 하이퐁항(港) 인근에 이르자 빈패스트의 ‘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330ha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 연산 25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과 전기오토바이 생산시설이 들어서 있다. 쩐 레 프엉 빈패스트 부사장은 “내년 3월엔 전기버스 공장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MW 등 빈패스트와 제휴한 글로벌 기업들의 엔지니어들과 베트남 ‘인재’들로 구성된 R&D(연구·개발) 센터도 갖춰놨다.

10만㎡ 규모의 자동차 조립 공장은 로봇 전시장을 방불케했다. 스위스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ABB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거대 로봇 팔들이 조립 라인에 위병(衛兵)처럼 서 있다. 약 6000개의 용접선을 따라 로봇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면 한 시간마다 완성차 35대가 뚝딱 만들어진다. 품질 관리를 위해 각 단계다마 3D스캐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프엉 부사장은 “1단계로 연간 25만대를 생산하고, 향후 2단계 땐 50만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생태계 조성 중인 베트남

팜 녓 브엉 빈그룹 회장은 베트남 제1의 수출항인 하이퐁에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했다. 현대차처럼 머지 않아 자동차를 수출하겠다는 야심에서다. ‘축적의 시간’쯤은 단숨에 생략할 수 있다는 듯 독일, 일본이 이룩한 ‘제조업 4.0’의 총아를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하이퐁에 통째로 이식했다. 빈패스트와 제휴한 독일 기업은 BMW, 지멘스, 보쉬, 듀어, 슐러, 아이젠만, FFT, EBZ 등이다. 일본에서도 던롭, 히로텍 등이 우군으로 참여했다. 한국에선 포스코그룹이 내년 양산할 모델에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브엉 회장이 이처럼 과감한 ‘도박’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은 두 가지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내수 시장이 그의 투자 본능을 자극했다. 베트남자동차생산자협회(VAMA)와 KOTRA 하노이 무역관에 따르면 베트남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약 43만대(2018년) 수준이다. 프엉 부사장은 “1000명당 자동차 보유자가 약 20명에 불과하다”며 “베트남 경제의 성장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싶어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트남 정부의 지원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6월 공장 가동식에 참석해 “완성차 제조업은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이며 정부 차원에서 (빈패스트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각종 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완성차 수입규제 조치를 시행했고, 해외 자동차 부품 업체의 베트남 진출에 대해선 세금 감면 등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베트남 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460여 개에 불과하다. 경쟁국인 태국(2500여 개)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다.

지지부진한 판매실적, 반전 나올까

21개월만에 최첨단 공장을 건설한 빈패스트가 성과면에서도 ‘기적’을 이룰 수 있을 지는 베트남 내 뜨거운 논쟁거리다. 공장 가동 3개월여 만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하노이의 한국기업 관계자는 “빈패스트 엔지니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하노이 거리에서 빈패스트 차량을 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이퐁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조립 라인은 거의 멈춰 있는 듯 보였다. 완성차를 실어나를 차량의 움직임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하루에 출하되는 차량이 많아야 15대 정도”라고 말했다. 2개의 조립라인으로 구성된 전기 오토바이 생산공장 역시 주인을 못 찾은 듯한 수천대의 완성품들이 공장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공장 투어를 설명하던 빈패스트 관계자는 “40분에 한 대씩 오토바이 한 대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3개월의 성적표만으로 빈패스트의 미래를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프엉 부사장은 “내년에 출시할 신모델에 대한 사전 예약이 10만건에 달한다”며 “현대차가 그랬듯이 베트남의 애국심이 우리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차 일색이던 정부 관용차를 빈패스트 차량으로 교체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연산 30만대 규모를 언제 달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춰 부품 공급망을 국내에 갖추게 되면 자동차 판매단가를 낮출 수 있고,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패스트가 판매 중인 대형 SUV인 ‘LUX SA 2.0’의 가격은 20억동(약 1억원)에 달한다.

하이퐁=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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