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군인 럭비팀이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와 일본 양국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주일 영국대사관은 오히려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한다”며 사실상 야스쿠니신사 방문을 옹호하는 성명을 발표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29일 주일 영국대사관에 따르면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방어럭비컵대회에 참가한 영국 육군 럭비팀은 지난 19일 야스쿠니신사와 신사 경내에 있는 전쟁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을 찾았다. 럭비팀은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들이 럭비팀 공식 트위터에 단체사진을 올리면서 방문 사실이 공개됐다.

그러자 영국 일간 더타임즈는 육군 럭비팀이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이 합사된 곳으로 악명 높은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비판했다. 더타임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조차도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한국과 중국의 분노를 일으킬 것을 알기 때문에 직접 참배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즈는 이번 방문을 주재한 아티 쇼 육군 중령의 발언을 인용해 “럭비팀이 야스쿠니신사가 특정 국가에 매우 민감한 곳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폴 매든 주일 영국대사가 육군 럭비팀의 야스쿠니신사 방문을 크게 질책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주일 영국대사관이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는 점이다. 주일 영국대사관은 지난 21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폴 매든) 대사는 누구에게도 신사를 방문하지 말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럭비팀을 비롯한 많은 영국인이 신사 등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네티즌들이 더타임즈 기사와 관련해 영국 대사관 트위터에 잇단 비판 글을 올리자 주일 영국대사관이 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주일 영국대사관은 “대사는 이날 아침에도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과 메이지신궁을 방문했다”며 “영국은 일본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사관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주변국의 민감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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