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G5
1973년 국제 오일쇼크 때 구성
G10, 통화협정 관련 10개국 의미
글로벌 리더십을 대표하는 주요 7개국(G7), 주요 20개국(G20) 등과 별개로 한국에선 유난히 G2, G5, G10 등의 표현을 많이 쓴다. 한 경제지는 ‘G10 넘봤던 한국 경제가 뒷걸음질친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G10 국가 도약’을 경제 목표로 삼기도 했다. 이런 경우는 대개 국내총생산(GDP) 상위 개념을 G10에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G10은 GDP 상위 국가와는 다른 개념이다. G10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금융·통화 시스템을 구축할 때 단기유동성 지원에 관한 일반차입협정(GAB)을 체결한 국가들이다. 당초 일본과 서방 선진국 9개국으로 구성된 10개국이었다. 훗날 스위스가 추가돼 11개국이 됐지만 G10으로 통칭한다.

[심은지의 Global insight] G7·G20은 자주 들었는데 G5·G10엔 어떤 나라들?

G10은 G7 회원국에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4개국을 합친 것이다. GDP 순위로 스웨덴은 23위(2017년 세계은행 기준)다. 벨기에 GDP 순위는 25위이고, 스위스와 네덜란드는 각각 20위, 18위다. 이 순위를 보면 알 수 있듯 GDP 순위와는 관계없다.

G는 그룹(group)의 약자다. G7과 G10은 일본을 제외하고 모두 서방 선진국으로 구성된다. 중국은 이미 GDP 세계 2위이고 인도는 6위지만 국제무대에서 통용되는 G7에 이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GDP 12위)의 경제가 세계 톱10에 들어도 G10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G의 역사는 서방 선진국 연대의 역사다. 1973년 국제 오일쇼크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5개 국가가 G5를 결성했다. 1975년 이탈리아, 1976년 캐나다가 추가되면서 G7이 탄생했다. 1997년 러시아가 가입해 한때 G8으로 운영됐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으로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다시 G7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2008년 11월 첫 정상회의를 연 G20는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의 커진 위상을 반영한 것이다. 기존 G7 국가에 한국 중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브라질 인도 러시아 터키 등 12개 신흥국과 유럽연합(EU)을 받아들였다.

주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구성된 G7과 달리 G20는 경제와 큰 관련이 있다. G20 회원국은 세계 GDP의 85%를, 세계 무역의 80%를 차지한다. CNN은 “G20는 G7보다 덜 배타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을 가리키는 G2는 글로벌 협의체는 아니다. 2006년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가 “앞으로 세계 경제는 G2가 주도할 것”이라며 처음 사용한 이후 통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유난히 ‘G’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직관적으로 선진국을 표현하기 쉽고, 또 선진국 연대에 끼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단순히 GDP 상위 국가와 혼용하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서방 선진국 사이에서도 ‘G7 무용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이 표현을 자주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난달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선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했다. “서방 선진국 연대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이정표”라는 혹평이 나왔다. 과거처럼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정치 이념을 바탕으로 집단지도 체계를 유지하기에는 이들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너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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