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지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이 다시 '킹메이커'로
42일 안에 연정 못 꾸리면 중도파 지도자 간츠 등에게 기회

이스라엘의 장기 집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69) 총리가 다시 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밤 네타냐후 총리에게 연정 구성권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 인생을 걸고 42일 안에 다른 정당들과 연정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 후보는 우선 28일 동안 연정을 꾸릴 기간을 부여받고 그때까지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기간을 14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끝내 연정구성에 실패하면 대통령은 33석으로 제1당을 예약한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니 간츠 대표 등 다른 당수를 총리 후보로 다시 지명해야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타냐후가 의원 120명 가운데 최소 61명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힘든 싸움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집권 리쿠드당과 유대주의 정당 등 네타냐후 진영의 의석은 55석으로 과반에 아직 6석 부족하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누구와 손잡을까…연정협상 험로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다른 진영의 정당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가디언은 네타냐후가 연임하려면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의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지지를 얻는 것이 가장 분명한 방법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지난 17일 총선에서 8석을 확보하면서 올해 4월 총선 당시 5석보다 3석이나 늘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 손잡으면 웃을 수 있지만, 문제는 리에베르만이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에베르만은 이번 총선 직후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포함된 '대연정'에만 참여하겠다고 못 박았다.

리에베르만은 네타냐후를 총리 후보로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리쿠드당이 유대교 정당들과 연정 구성에 협력하는 점을 꼽았다.

리에베르만은 지난 4월 총선 직후에도 '하레디'로 불리는 유대교 초정통파 신자들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며 네타냐후 연정의 참여를 거부했고 결국 조기총선 사태를 불렀다.

이번에도 리에베르만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킹메이커'로 다시 부상한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와 리에베르만이 유대교 병역 문제에서 절충점을 찾을 경우 연정을 함께 할 수 있다.

안보 문제에서 강경한 리에베르만은 과거 네타냐후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네타냐후 총리와 내각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리에베르만 입장에서는 이번에도 연정을 거부할 경우 2차례 연속 조기총선 위기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NYT)는 리에베르만이 입장을 바꿔 국익을 거론하며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네타냐후 총리가 간츠의 청백당과 대연정을 꾸리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리블린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먼저 연정구성권을 부여함으로써 대연정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25일 총리 후보로 지명된 뒤 대연정을 재차 제안했지만 간츠 대표는 기소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와 협력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간츠 대표는 총선 직후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협상을 지켜보며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오기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다른 대안으로 의회에서 6석을 확보한 노동당 등 군소정당을 향한 구애에 나설 수 있지만, 이들 정당이 간츠 진영에서 이탈할지는 미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으로 연정 협상을 하면서 검찰의 기소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다음 주 네타냐후의 비리 혐의에 대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년간 사업가와 유명한 영화 제작자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 등 뇌물수수, 배임 및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