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분쟁이 격화할 조짐이다. 미국은 유럽 항공사 에어버스의 불법 보조금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EU는 이에 대한 보복 관세를 각각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1차 무역협상을 타결했지만 숨돌릴 틈도 없이 EU와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는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U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아직 확정된 방안은 아니지만 세계무역기구(WTO)의 에어버스 보조금 관련 판결을 앞두고 EU 차원에서 미리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WTO는 오는 30일 미국이 요청한 EU에 대한 보복 관세를 승인할지를 정한다.

미국과 EU는 에어버스 보조금을 두고 15년째 다투고 있다. 미국이 2004년 EU를 WTO에 제소했다. 미국은 EU가 1968년부터 2006년까지 에어버스에 보조금 180억달러를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WTO 승인이 떨어지는 즉시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USTR이 제시한 관세 품목에는 항공기와 부품 외 와인, 위스키 등의 제품이 포함됐다.

EU는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보복 방안을 찾아왔다. 대표적인 것이 에어버스의 최대 경쟁사이자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미 보잉의 불법 보조금에 대한 문제 제기다. EU는 항공사 보잉의 불법 보조금 지급에 대해 WTO로부터 보복관세 승인을 받으려고 준비 중이다. 결과는 내년 상반기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미국과 일본은 이날 70억달러 규모의 일본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추가로 여는 1단계 무역협정에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소고기, 돼지고기, 밀, 옥수수 등의 관세가 대폭 인하되거나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일본은 미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 관세를 38%에서 9%로 낮추기로 했다. 다만 일본의 핵심 요구 사항이었던 자동차 관세 관련 내용은 이번 합의에서 제외됐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