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측 '대선맞수' 바이든 파헤치다 '우크라이나 의혹' 대형악재?
트럼프 탄핵론 불지핀 '우크라 의혹'…'러시아 스캔들' 닮은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절차의 방아쇠를 당긴 '우크라이나 의혹'은 외국 정부와의 공모 의혹이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발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조사하라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맞수'로 꼽히는 바이든 전 부통령을 주저앉히기 위해 외국정부에 뒷조사를 부탁했다는 얘기가 된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일상적 대화"였다며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바이든 문제'를 꾸준히 끄집어냈다.

2014년 바이든 전 부통령은 당시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우크라이나 민주 정부를 외교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주도했다.

그해 2월에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친(親)러시아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친서방 노선의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 무렵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인 헌터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업체 '부리스마 홀딩스'에 몸을 담게 됐다.

물러난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정치적 협력자가 설립한 업체로,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의 수사망에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16년 초 우크라이나 측에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은 결국 해임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공식 석상에서 당시 검찰총장의 퇴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러한 '바이든 문제'를 파헤치다가 오히려 '우크라이나 의혹'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이 때문에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가운데 어느 한쪽, 또는 양쪽 모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통화 녹취록을 25일 공개하기로 한 상태여서 일단 녹취록의 내용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탄핵론 불지핀 '우크라 의혹'…'러시아 스캔들' 닮은꼴
이번 의혹의 모양새가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과 닮은꼴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공모 의혹의 카운터파트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타깃이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서 내년 대선에 도전한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 바뀌었다.

일각에서 '제2의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선 캠프가 지난 2016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측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 측과 공모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은 결국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로 이어졌지만, 실질적인 탄핵 절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지는 않았지만, 현직 대통령의 범죄 사실 여부에 관해선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하게 '트럼프 탄핵 절차'에 돌입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이었다.

따라서 민주당이 곧바로 탄핵 절차를 개시한 것은 이번 '우크라이나 의혹'의 무게감이 더욱더 크다는 방중으로도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