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맨 왼쪽),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 두 번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맨 오른쪽) 등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마친 뒤 얘기하고 있다. 이들 정상은 이날 “이란이 사우디 공격에 명백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공격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시설이 지난 열흘간 75% 이상 복구됐다고 사우디 국영신문 아랍뉴스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이 신문은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공격당한 쿠라이스 유전 시설의 현재 산유량은 하루 130만 배럴이며 아브카이크 단지는 300만 배럴로 회복됐다.다음주 안으로 피격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고 전했다.사우디 국영석유사 아람코는 이번 공격 직후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570만 배럴의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고 추산했었다.앞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석유장관도 이달 안으로 복구 작업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우디 정부의 발표와 달리 공격당한 석유시설의 복구 완료 시점을 놓고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등 전망이 분분하다.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소식통을 인용해 아람코가 석유 시설을 신속히 복구하려고 장비 제조업체와 서비스 업체에 웃돈을 제시하며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완전히 가동을 복구하기까지는 8개월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시장조사업체 IHS마킷도 시설을 모두 재가동하기까지는 2∼9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살만 사우디 국왕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사우디와 국제 에너지 공급을 불안케 한 이번 공격은 비겁한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다"라고 비난하면서 "사우디는 이에 따른 영향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예멘 반군은 무인기 편대를 동원해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우디와 미국은 이란을 공격 주체로 의심한다./연합뉴스
유럽 3개국 "장기 핵협상 수용" 압박…이란 "먼저 의무 이행하라"최근 사우디의 석유 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것과 관련, 영국과 프랑스·독일은 23일(현지시간) 그 책임이 명백하게 이란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그러나 이란은 이런 주장이 미국의 주장을 흉내 내는 것이라며 일축했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회담한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의 책임이 이란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이들 3개국 정상은 그러면서 "(공격과 관련해) 그럴듯한 변명은 없었다.우리는 현재 진행되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존슨 총리는 지난 22일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그러나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공식적으로 이란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3개국 정상은 회담에서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핵 합의(JCPOA)의 유지와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완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3개국 정상은 "이란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함한 지역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핵 프로그램을 위한 장기적인 협상의 틀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며 이란을 압박했다.또 성명은 "중동지역의 긴장 해소에 관심이 있는 모든 파트너와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란 문제와 관련 존슨 총리는 이날 방영된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협정 체결을 제안했다.그는 이어 "더 나은 거래를 하자. 그런 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그게 바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핵 합의에 서명했던 이들 유럽국가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자리프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유럽의 3개 파트너 국가들은 미국의 승인 없이 그들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 마비 증세를 보였다"고 꼬집었다.그는 이어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JCPOA와 일치하지 않는 미국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요구를 앵무새처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자리프 장관은 이어 "현재의 핵 합의를 준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합의는 없다"고 덧붙였다.이란은 그동안 핵합의에 서명한 유럽 국가들에게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 재개 등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해왔다.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에 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우리가 세계에 전할 메시지는 평화와 안정"이라며 "페르시아만의 상황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지난 14일 사우디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에 있는 아람코의 석유 설비가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 탓에 가동을 멈추는 등 혼란을 겪었다.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란의 소행이나 연루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연합뉴스
"美·사우디로부터 도움 요청받으면 군사적 지원도 고려"영국 정부는 지난 14일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 2곳 피격과 관련,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리스 존슨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밝혔다.존슨 총리는 또 미국이나 사우디의 요청이 있다면 영국이 중동 우방국의 방어를 증강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노력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언급했다.존슨 총리는 드론(무인기)과 순항 미사일이 동원된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에 대해 "영국은 이번 공격에 이란의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지금까지 미국과 사우디가 이번 원유시설 공격이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영국은 이란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존슨 총리는 이어 "우리는 걸프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는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미국 및 유럽의 우방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존슨 총리는 이번 유엔 총회 참석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존슨 총리는 걸프 사태와 관련, 영국은 유럽 우방국과 미국 간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란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첨예하게 대립해왔다.이를 근거로 지난 70년간 이어져 온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왔다.영국을 포함해 유럽 국가들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 계획·JCPOA)를 잘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불완전한 합의라며 일방적으로 핵 합의에서 탈퇴했다.존슨 총리는 걸프 지역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교적 대응을 강조했으나 군사적 지원 요구에 대해서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미국은 사우디 원유시설 피격 이후인 지난 20일 중동지역의 방위력을 증대하기 위해 사우디와 UAE(아랍에미리트)에 군 병력과 군사 장비를 추가로 파병하겠다고 발표했다.미국 관리들은 추가 파병 규모가 수백명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존슨 총리는 "우리는 그것(미국의 추가 파병 계획)을 긴밀히 팔로우할 것"이라면서 "사우디나 미국 측으로부터 영국이 나름의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받으면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려할 것이다.(어떻게 도울지는) 정확한 계획이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익명을 요구한 영국 관리는 AP·로이터 통신에 친(親) 이란계인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원유시설을 공격했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면서 이란제 순항미사일 파편이 피격장소에서 발견됐다는 점과 공격의 정교함이 이란의 개입을 매우 매우 확고하게 말해준다고 밝혔다.이 관리는 그러나 이번 공격에 동원된 드론과 미사일이 이란 영토에서 발사됐다고 믿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한편, 이란은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이 자국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있으며 이란이 보복 공격을 받으면 전면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