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야후재팬 등에 투자해 ‘대박’을 쳤던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대규모 손실에 빠졌다는 진단이 쏟아지고 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위워크 등 공유경제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손 회장을 수식하는 ‘미다스의 손’도 이제 잘 쓰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2000년대 초 1차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에 이어 2차 버블 붕괴가 다가왔으며 손 회장과 비전펀드가 선두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젠 '마이너스의 손'? 손정의 비전펀드, 투자 기업 줄줄이 쪽박
위워크 늪에 빠진 소프트뱅크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위워크 이사회는 이르면 이번주 애덤 뉴먼 최고경영자(CEO)를 사실상 경질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비전펀드가 2017년 이후 93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한 위워크가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가 당초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당초 10월로 예정됐던 위워크의 기업공개(IPO) 일정은 연말로 연기됐다. 지난 8월 IPO 관련 서류를 공개하면서 회사의 수익성과 기업가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영향이다. 비전펀드는 여러 차례 투자를 이어가며 위워크 기업가치를 올초 470억달러(약 56조1321억원) 수준으로 띄웠다. 하지만 막상 상장을 앞두고 실시된 증권사들의 기업가치 평가에서 150억달러(약 17조9160억원)에도 못 미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상장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3년 전 위워크에 출자할 때보다 기업가치가 밑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프트뱅크도 자칫 지분가치 하락에 따른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IPO를 철회하거나 내년 초 이후로 연기하기 위해 뉴먼 CEO 해임이라는 ‘강수’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은 한때 ‘제2의 알리바바’로 부르며 위워크의 사업성을 높이 평가했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8억달러(약 2조1492억원)에 16억1000만달러(약 1조92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사업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커지는 비전펀드 거품 우려

손 회장은 위워크에 앞서 우버, 플립카트, 슬랙, 엔비디아 등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비전펀드 투자 기업 중 ‘대마’로 불리는 중국 디디추싱 등도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해 대형 투자 실패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전펀드 2호는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비전펀드 투자를 받은 뒤 상장한 6개사 중 IPO 때보다 주가가 오른 기업은 헬스케어 업체인 가든트헬스와 바이오기업 10x지노믹스 두 개에 불과했다. 대형 투자처인 차량공유업체 우버는 지난 6월 나스닥시장 상장 이후 주가가 25%가량 떨어졌다. 사무용 메신저 업체 슬랙도 같은 달 상장 이후 주가가 27% 정도 하락했다.

비전펀드는 2017년 5월 그래픽 카드업체 엔비디아 지분 5%를 40억달러(약 4조7760억원)에 샀다가 올 1월 55억달러(약 6조5670억원)에 팔기도 했다. 가상화폐 열풍으로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봤지만 ‘대박’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본 것이다.

비전펀드가 인위적으로 높게 평가한 투자기업의 장부상 가치에 큰 거품이 끼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전펀드 1, 2호는 세계 벤처캐피털 운영 자산(8030억달러 추정) 중 27%를 차지해 충격파가 클 것이란 시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